※편집자주-이 글은 ‘제주도 연구’ (제19집)에 실린 한석지 교수(사회교육과) 의 논문 ‘제주지역 시민단체의 조직적 역량과 활동분석-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 범도민회를 중심으로’를 필자의 양해를 얻어 요약 게재한 것이다.

1. 서론

이 글은 지역 시민사회의 발전이 지방정치의 민주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기본 가정은 지역 시민단체 활동의 활성화가 지역 시민사회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지역 시민단체의 구체적인 연구사례로서 제주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결사체인 ‘범도민회’의 조직적 역량과 활동을 분석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평가함으로써 제주지역의 시민사회 발전과 지방자치의 제도화를 위한 ‘범도민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2. 공익집단으로서의 지역 시민단체: 개념과 성격 이 글에서 개념화하는 ‘공익집단으로서의 지역 시민단체’는 전국 수준이 아닌 특정 지역을 수준으로, 그 지역 시민사회를 활동영역으로 하며, 그 지역사회의 공공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활동하는 지역 시민압력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연구사례인 ‘범도민회’는 공익집단으로서 지역 시민단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로서의 ‘범도민회’는 또한 나름의 독특한 특징도 갖고 있다. ‘범도민회’ 출범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제주지역 재야운동과 대중적 주민운동이 1990년대 시민사회의 지평의 확대와 결합되면서 결성되었고,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전도(全道)를 포괄하는 제주지역만의 특수한 단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의 시민운동 조직은 주로 중앙 수준에서 결성되어 그것이 각 지역 지부로 확대되어 나가는 조직화 방식이었지만, ‘범도민회’는 중앙 수준의 지원이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제주도내에서 자생적으로 조직화되었募?특성을 가지고 있다.

3. ‘제주범도민회’의 출범배경과 조직 성격의 변화
‘범도민회’는 출범부터 현재까지 일관된 조직적 성격을 갖는다기보다 새로운 시대와 상황에 발맞춰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는 유연한 조직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범도민회’의 조직적 성격은 ‘범도민회’의 활동 시기의 구분과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에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범도민회’는 1990년 ‘특별법’ 제정반대를 위해 도내 재야 및 지역의 대표급 인사들과 지역조직, 부문과 단체가 결집(총 32개 단체)되어 체계적인 투쟁조직을 갖춰 나가기 시작하여 1991년 9월 ‘제주도개발특별법제정반대범도민회’라는 명칭으로 결성되었다. ‘범도민회’는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 속에서 특별법반대 투쟁을 주도했고, 결국 정부 여당의 일부 독소조항, 토지수용 조항의 삭제와 목적 조항 등을 수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시기를 편의상 ‘범도민회’의 제1기로서 ‘투쟁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별법이 통과되고 제14대 총선이 임박해 오면서 재야단체내에서 ‘범도민회’의 조직적 전망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었다. 이는 크게 ‘범도민회 강화론(유지론)’과 ‘상설연합체(제주연합) 강화론=범도민회 해체론’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조직논쟁 과정에서 ‘범도민회’ 산하에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고 여기서 ‘범도민회’의 조직강화, 상설화에 대한 입장을 합의하여 1992년 ‘제주도개발특별법철폐와민주화실천범도민회’로 연대조직이 아닌 단일조직으로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 나가게 된다. 그리고 특별법 제정과 날치기 통과의 주체였던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14대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키고, 제주대 용역단이 작성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의 문제점과 시행령, 조례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특별법 반대투쟁을 지속했다. 이 뿐만 아니라 활동의 영역을 넓혀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중앙 정치인들의 제주 땅투기 문제가 제기되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공개운동과 함께 제주도내 외지인 토지소유 현황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시기를 편의상 ‘범도민회’의 제2기로서 이슈의 다양화 및 단일조직화 성격의 ‘모색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들어 특별법 철폐라는 목표가 사실상 소멸되고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조직의 목표를 새롭게 규정할 필요성에서 도민들 스스로가 지방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도민정치실현제주범도민회’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명칭변경은 차제에 ‘범도민회’가 정치단체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사업 내용과 방식의 다양화를 꾀하면서 지역 시민단체로서의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6·27지방선거를 앞둔 정책토론회, 제주지역 110대 정책과제의 제기와 같은 정치적 계몽운동과 함께, 제주 지역사회와 관련된 불합리한 문제들을 발굴하여 제기하는 등 다양한 이슈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편의상 ‘범도민회’의 제3기로서 전방위적 시민운동의 전개를 위한 ‘실험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범도민회’는 도민정치 실현이라는 명칭 때문에 항간에 오해를 불식시키고 또 이슈의 다양화를 통해 종합적인 시민단체로서 거듭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범도민회’가 되기 위해 1997년 ‘참여자치와환경보전을위한제주범도민회’로 개칭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전면개방과 확대 개편을 통해 조직 역량을 강화했고, 활동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역내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유도하여 정책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대중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시민운동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리고 조직의 주된 이슈도 참여자치, 제주 환경보전, 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보다 정교화하여 체계적인 사업수행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이 시기를 편의상 ‘범도민회’의 제4기로서 ‘범도민회’가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종합적·포괄적 시민단체(encompassing & catch-all civil association)로 거듭나는 ‘재도약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4. ‘제주범도민회’의 조직적 역량
앞의 ‘범도민회’의 조직 성격의 변화에서도 살펴봤듯이, ‘범도민회’의 목표와 사업도 시기별로 거듭되는 변화를 겪었다. 우선 ‘범도민회’의 조직목표의 변화는 그 명칭에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반대 범도민회’(1990∼91), ‘제주도개발특별법 철폐와 민주화 실천 범도민회’(1992∼94. 1), ‘도민정치실현 제주범도민회’(1994. 2∼97. 2),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1997. 2∼현재)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초 기 ‘범도민회’의 조직목표는 ‘특별법’ 제정 반대와 그 철폐라는 단일이슈에서 지역사회의 민주화 실천, 도민 중심의 지방정치 실현, 그리고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으로 활동 이슈의 영역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범도민회’의 목표와 사업의 변천과정을 통해서 볼 때, 투쟁 → 모색 → 실험 → 재도약이라는 조직과 활동 양면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성숙한 지역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초기 ‘범도민회’ 조직이 단일조직이 아니라 연대조직이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반대운동 당시부터 일반회원을 모집하지는 않았다. 특히 제2기 출범 직전의 ‘범도민회’ 해체 위기 속에서 조직강화와 상설화를 위한 노력을 보였으나 총선 과정에서 주요 가맹단체들이 이탈함으로써 심각한 조직적 이완과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출범 초기의 조직 성격과 와해 위기로 인해 회원규모가 확장되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출범 초기부터 회원 확보에 노력했다면 훨씬 더 방대한 회원규모를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도민회’의 1년 예산은 중앙예산과 연대사업까지 합하면 1억원 이상이며 순수한 ‘범도민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대략 5천만원 정도이다. 시민단체의 가장 바람직한 재정구조는 회원회비에 전폭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이는 회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범도민회’의 3백여명의 회원의 회비인 5천원에서 3만원까지의 회비로는 ‘범도민회’의 기본적인 운영조차도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도민회’는 최고기구인 회원총회가 있고 집행위원회와 부설기관, 실행위원회가 있으며, 집행위원회 밑에 사무처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상으로 볼 때는 회원총회가 최고 의결기구로 되어 있으나 명목상의 최고기구일 뿐 실질적인 ‘범도민회’의 활동의 대부분은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되어 실행되고 있다. 이는 집행위원회에서 범도민회가 제기하는 이슈들의 결정과 활동방안들이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총회가 의사결정의 주체라기보다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정통성을 부여해주는 명목적인 대표기구로 밖에 기능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5. ‘제주범도민회’의 활동 분석
1997년 이전의 활동 이슈들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1991년에서 1994년까지 지속된 ‘특별법’ 제정 반대 및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활동이다. 당시 ‘특별법’ 제정반대 운동에는 지역 상공회의소 등 일부 경제적 이익집단들을 제외하고, 제주도내 학계·종교계·학생·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도외 인사 등 도민 대다수가 참여하여 제2의 ‘4·3항쟁’이라 불릴 정도의 대규모 도민저항으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특별법’ 제정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1993년에는 제주도 관광개발지구 외지인 토지소유 실태를 지역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의 문제를 제주사회에 폭넓게 인식시켰다. 특히 10개 관광개발 예정지구의 토지소유 실태를 직접 조사하여 해당 지역별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설명회도 개최함으로써 지역 차원의 정보공개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범도민회’ 활동의 구체적인 이슈들을 연도별로 보면, 1997년에는 전자주민카드 제주시범실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 등이, 1998년에는 6·4 지방선거, 컨벤션센터 건립 등의 문제가, 1999년에는 ‘특별법’ 개정과 국제자유도시, 4·3 문제,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등이, 그리고 2000년에는 16대 총선에 따른 총선도민연대 활동과 4·3 문제, 송악산 개발 등의 문제가 주요 이슈들이었다. 이렇게 볼 때, 범도민회의 연도별 활동이슈는 당시 지역사회의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르는 문제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여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 이슈의 분산과 확대, 즉 활동 영역의 확장 문제는 단순히 시민단체의 활동이 곧 영향력 행사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힘의 분산을 가져옴으로써 영향력의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지역 시민운동이 초기단계인 점을 감안한다면, 열악한 조직과 재정, 저조한 주민참여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지역 시민운동 활성화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범도민회’의 활동 이슈(영역)의 확대는 첫째, 목표확대에 따른 변화이고 둘째, 조직 내적 역량의 한계에 따른 결과이며 셋째, 지역사회의 요구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범도민회’의 활동 대상은, 그 활동의 규모와 강도를 배제하고 단순한 수치통계로 볼 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전체의 63.7%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지역언론으로 23.5%이다. 그 외에 자치단체 5.2%, 지방의회 4.1%이고 중앙정부와 정당 및 국회가 각각 1.8%, 1.4%이며 지방법원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가장 낮은 0.5%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연도별로 보더라도 동일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세한 변화의 조짐은 감지할 수 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범도민회’의 제1기에서 3기까지는 각각 87.5%, 66.7%, 77.8%의 비율을 보이다가 제4기에 들어와 61.3%로 줄어들고 있고 여타의 활동이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10%대 미만의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두드러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범도민회’의 활동 대상을 좀 더 포괄적으로 분류하면, 풀뿌리 로비활동(grassroot lobbying)으로 불리우는 지역주민과 언론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 접근이 87.1%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자치단체, 지방의회, 지방법원을 대상으로 한 지방 권력적 접근이 9.7%이고, 중앙정부와 정당 및 국회를 대상으로 한 중앙 권력적 접근이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시기별로 보면 대중적 접근이 제1기는 87.5%, 제2기와 제3기가 각각 91.7%의 높은 비율을 보이다가 제4기에 들어 와서는 86.0%로 낮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범도민회’의 활동 방법은 교육·홍보활동이 22.5%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성명서 20.8%, 매스컴 활용 13.6%, 집회 및 시위 7.5%, 조사연구 활동 4.6%를 보이고 잇어 순위별로 1위에서 5위까지가 모두 대중적 접근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권력적 접근은 건의가 3.5%, 방문이 2.1%, 질의가 1.2%, 초청과 소송이 각각 0.1%로 모두 합해도 6.9%에 불과하다. 앞의 활동대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대중적 접근 일변도의 활동 방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연대활동을 순위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다른 활동 방법과 중복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대활동은 ‘범도민회’의 중요한 활동 방법 중의 하나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범도민회’의 활동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그간의 활동이 자치행정의 문제를 비판하는 데 강조점이 주어져 왔으나, 1998년 들어서 부터는 단지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설 ‘제주시민정책연구소‘의 창립을 보면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6. ‘제주범도민회’의 평가와 발전 과제
‘범도민회’의 활동을 조직적 역량과 연계시켜 평가하고 발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범도민회’의 조직적 역량과 관련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범도민회’의 목표와 사업의 확대 및 분화이다. 출범 당시 ‘특별법’ 제정반대를 위해 조직되었으나 그 이슈가 사라지면서 몇 차례의 과도기적인 실험을 거쳤고 1997년부터 참여자치의 실현, 제주환경 보전,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분명한 조직 목표와 사업을 설정했다. 그런데 ‘범도민회’의 목표 및 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목표의 확대와 활동영역의 확장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일컬어 ‘백화점식’ 운동이라고 비판한다. 즉 관심 영역의 양적 팽창으로 인해 초래될지 모를 활동의 질적 약화현상이나 방만한 조직운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재고의 여지가 없지 않다. 지역 시민사회를 성장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일이슈를 다루는 ‘조직의 다양화’보다는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종합적·포괄적 시민단체의 ‘이슈의 다양화’가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어떤 운동조직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조직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질수록 크다고 한다. 첫째, 제기하는 이슈의 사회적 중요성이 계속되는 경우, 둘째, 이슈가 포괄적인 경우, 셋째, 활동면에서 다른 조직에의 의존성이 낮은 경우, 넷째, 목표가 외부환경의 변화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될 때의 경우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범도민회’의 목표와 사업 방향 설정의 유연성은 다양한 이슈를 다루게 됨으로써 정책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고 회원 및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신속한 대응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시민운동 단체의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한 인적 자원과 재정력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범도민회’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듯이, 바람직한 조직의 인적 자원 구조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광범위한 참여를 중심으로 이슈의 발굴 및 비판, 그리고 관련 연구활동과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각계 전문가 및 지식인 집단이 결합된, 즉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구조이다. 그런데 ‘범도민회’의 활동을 보면 연구활동 및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학계 및 전문지식인과 상근 간사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전문성은 확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대중성의 확보와는 괴리가 있다. 따라서 일반회원에 대한 홍보나 교육과 아울러 시민들이 활동의 중심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적 자원의 규모가 조직의 역량과 직결되는 만큼 전문성의 심화와 함께 대중성의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회원 확대 프로그램(예를 들면 지역별·업종별·세대(generation)별 조직결성 등)을 마련하고, 인터넷을 활용한―이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지만―각종 인터넷 카페나 동아리, 소모임 등의 확대와 특히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20대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사이버 공간 제공 등의 유인요소 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범도민회’의 조직적 역량의 특성은 활동상의 특성으로 나타났다. ‘범도민회’의 목표와 사업의 확대는 곧 활동 이슈의 확대로 나타났고, 취약한 인적 자원 구조는 ‘범도민회’의 활동 대상과 방법의 대중적 접근 일변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활동 이슈의 확대에 뒤따른 비판이 대체로 다양한 이슈를 다룸으로써 나타나는 힘의 분산으로 인해 전문성의 약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범도민회’의 과제는 조직적 역량, 특히 인적 자원과 재정력의 뒷받침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범도민회’의 활동 대상과 방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중적 접근 일변도는 시민단체의 고유한 활동 특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그 비중이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집단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 사용되는 방법들 중에는 대중적 접근의 실효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는 점차적으로 특정 사안의 핵심 당사자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압력을 행사하는 권력적 접근의 빈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중적 접근의 꾸준한 지속과 권력적 접근의 점차적인 강화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의 대중성과 전문성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의 대중성은 이 글에서 조사된 것처럼, 단지 ‘범도민회’ 활동의 횟수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진정한 시민운동의 대중성이란 대중들을 대상으로 또는 대중들에 의한 활동 건수라는 단순한 양적 측면이 아니라, 질적인 면, 즉 대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범도민회’ 내부의 몇몇 적극적인 활동가 중심의 활동이 아니라 회원과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성의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밑으로부터의 체계적인 조직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전문성의 측면에서도 실제 활동에서는 몇몇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는 ‘범도민회’의 상근 간사들이 대언론 접촉과 연대활동 참여, 교육·홍보 차원의 토론회나 간담회 참여 등에 거의 모두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범도민회’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성의 확보는 대표나 집행위원, 제주시민정책연구소 참여 교수단 등 조직 구성상의 유력인사 확보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의 강화는 이러한 전문적인 유력인사들이 해당 분야별로 조사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력적 접근 방식으로 방문, 건의, 질의, 청원, 소송 등의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7. 맺음말
지방자치가 단지 지방통치의 ‘제도적 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하나의 습속(習俗)으로서 그리고 삶의 원리나 생활방식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방의 경제적 성과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지방전략차원의 ‘지방경영’이나 효율적 ‘지방행정’ 못지 않게 지역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적 공동체, 민주적 정치공동체가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시민사회의 조직화를 통한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실천활동과 시민단체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활동을 함께 하는 시민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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