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를 방문한 대통령은 “제주도 스스로 자기 발전 방향을 만들어 나아가면 임기 안에 ‘제주특별자치도’로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면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권한을 대강 넘겨주는 수준이 아니라 세금도 따로 부과할 수도 있고 깎아줄 수도 있고, 행정규제도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을 이양할 수 있다”는 발표를 하였다. 실로 제주도로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그 발표는 아나키 공동체(개체적 대동주의,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의 정신문화를 갖는 제주도민에게는 이미 내재된 존재임과 동시에 당위였다.

 기실 그 발표는 제주도민들로서는 내재된 당위였고 그렇기에 한때 적극적으로 표출된 바도 있었다. 즉, 민선 1기 도지사인 신구범지사는 재임시 중앙정부에다 제주도 스스로가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넘겨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한 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설득은 번번이 허공에 흩어져 버리곤 했다. 물론 그런 제안은 신 지사 개인의 제안이라기보다 제주도민 대다수에 내재된 염원이 수렴된 결과였다. 부연해보면, 대통령의 그 발표는 실재 않는 Utopia가 아닌 실재하는 이상향(Oughtopia)으로서 <21세기 인류의 아나키 공동체>를 이 제주섬에서 실천해 보겠다는 의지였는데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맥락에 의한 것이었다. 비로소 제주도민의 내재적 당위가 ―아직은 선언적 수준일지라도― 외재적 당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갑작스러운 ‘특별자치제’ 발표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반대쪽으로 기울지는 않는 것 같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별자치제로 가기 위한 이정표의 내용인 로드맵(road-map)을 만들기 시작했다. 행정계층구조개편, 재정확충, 주민참여방안 등 산적한 문제 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에 불과하다.

 천지개벽하는 역사(役事)에 도민 모두가 참여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강조할 것은 지역 대학의 대학인으로서 우리 제대인은 혁신자로서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말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제주도가 갖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른 지역활성화를 기하고 자발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역활성화운동을 위해서는 ‘선동하여’가 아닌 ‘고민하여’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혁신자라 한다면 우리 제대인은 마땅히 현재와 미래의 혁신자들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예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혁신자들의 지역활성화운동은 다른 요소보다 언필칭 지연(地緣)이란 요소에 기초했을 때라야만 ‘분열없이’ 보다 지속성 있는 호소력을 갖는다. ‘분열 없이’란 뜻을 ‘갈등 없이’란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갈등 없는 인간관계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 여기서 분열은 파괴를, 갈등은 생산을 의미하고자 한다.

 자발적 발전에는 성장을 추구하되 타율적이고 무분별한 발전 개념을 부정하고 함께 나누기와 인간성의 해방 등 대동(大同)의 사회만들기(아나키 공동체)의 지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만들기는 변증적(辨證的)이어서는 안 된다. 멀더라도 생극적(生剋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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