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그 발표는 제주도민들로서는 내재된 당위였고 그렇기에 한때 적극적으로 표출된 바도 있었다. 즉, 민선 1기 도지사인 신구범지사는 재임시 중앙정부에다 제주도 스스로가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넘겨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한 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설득은 번번이 허공에 흩어져 버리곤 했다. 물론 그런 제안은 신 지사 개인의 제안이라기보다 제주도민 대다수에 내재된 염원이 수렴된 결과였다. 부연해보면, 대통령의 그 발표는 실재 않는 Utopia가 아닌 실재하는 이상향(Oughtopia)으로서 <21세기 인류의 아나키 공동체>를 이 제주섬에서 실천해 보겠다는 의지였는데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맥락에 의한 것이었다. 비로소 제주도민의 내재적 당위가 ―아직은 선언적 수준일지라도― 외재적 당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갑작스러운 ‘특별자치제’ 발표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반대쪽으로 기울지는 않는 것 같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별자치제로 가기 위한 이정표의 내용인 로드맵(road-map)을 만들기 시작했다. 행정계층구조개편, 재정확충, 주민참여방안 등 산적한 문제 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에 불과하다.
천지개벽하는 역사(役事)에 도민 모두가 참여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강조할 것은 지역 대학의 대학인으로서 우리 제대인은 혁신자로서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말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제주도가 갖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른 지역활성화를 기하고 자발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역활성화운동을 위해서는 ‘선동하여’가 아닌 ‘고민하여’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혁신자라 한다면 우리 제대인은 마땅히 현재와 미래의 혁신자들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예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혁신자들의 지역활성화운동은 다른 요소보다 언필칭 지연(地緣)이란 요소에 기초했을 때라야만 ‘분열없이’ 보다 지속성 있는 호소력을 갖는다. ‘분열 없이’란 뜻을 ‘갈등 없이’란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갈등 없는 인간관계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 여기서 분열은 파괴를, 갈등은 생산을 의미하고자 한다.
자발적 발전에는 성장을 추구하되 타율적이고 무분별한 발전 개념을 부정하고 함께 나누기와 인간성의 해방 등 대동(大同)의 사회만들기(아나키 공동체)의 지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만들기는 변증적(辨證的)이어서는 안 된다. 멀더라도 생극적(生剋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