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과 닮기를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병이죠.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숲에 똑같은 잎은 단 하나도 창조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부인은, 부인이 다르다는 걸 미친 걸로 생각하죠. 여기서(정신병원)는 모두가 다 다르죠. 그래서 부인은 자신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나가기를 원치 않죠.” 본문 내용 중 정신병원 원장 이고르 박사가 패닉 신드룸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마리아에게 다르다는 것은 미친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대목이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광기와 생에 대한 열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한 인간의 생에 대한 열정보다는 소위 정신병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정상인이라 생각하는 우리들이 정신병자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생각이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의 주인공 베로니카는 26살의 안정된 직업을 가진 소위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자라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던 여성이다. 그런데 왜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을까?

 자신의 불안정한 소망보다는 안정된 직업과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베로니카. 그녀는 자신의 미래조차 자신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이루려 했다. 그러나 그 미래는 아무것에도 이르지 못한, 아무런 변화도 없을 거라고 그녀는 결론 내렸다. 모험도 꿈도 없는 베로니카는 지리멸렬한 삶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그녀가 눈을 뜬 곳은 죽음의 세계가 아닌 정신병원. 처음 그곳에 입원하게 된 것에 당황하며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미쳤다는 것은 정상인들과는 조금 다를 뿐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가 만난 사람 중 제드카는 미쳤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짓을 하는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미쳤으면 나도 미친 척을 해야 정상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우리는 집단 또는 사회라는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정신병자라 취급받지 않기 위해 정상인인 척 행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자질, 본능, 쾌락의 형태, 모험을 추구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는 집단적인 행동양식을 강요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사회가 정해 놓은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게 된다. 그들을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계바늘이 왜 왼쪽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계바늘이 오른쪽으로 도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신을 절제해 왔을 것이다. 자신이 소망하는 직업이 아닌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만 해왔을 것이고, 결혼 정년기가 되면 결혼할 반려자를 찾아 결혼하고 애 낳고 기르면서 남은 생을 마감할 것이다. 뻔한 레퍼토리 인생. 이런 안정된 삶 속에서 소위 정신병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지라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삶의 활력소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한줌의 광기를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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