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통신언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에 따른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의 컴퓨터 통신언어는 주로 타자를 빨리 입력하기 위해 단순히 타수를 줄여 쓰거나 소리나는 데로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통신언어는 거의 암호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øぎㅎビλĦㅎコ_¤ 읍ㅎF_しち흐ロっㅉヴ효ㅈ_≥∇≤☆(안녕하세요. 오빠 너무 멋져요)’, ‘ロЙ흴_ゼつじĦ㈜λıㄲっズき¿?(메일 보내주실 거죠?)’라는 식이다. 이를 흔히 ‘외계어’라고 한다.

 외계어란 알파벳이나 일본문자, 특수문자 등을 비롯해 각종 기호를 한글과 섞어 자신들만의 의사를 표현하는 인터넷 언어이다. 네티즌들은 그리스 문자나 일본어, 컴퓨터의 도형모음 등에서 한글의 자음이나 모음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 개별적으로 외계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ø’를 ‘ㅇ’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기존의 한글 받침을 없애거나 음운을 줄이는 통신언어에서 외계어로 진화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재영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외계어에 관한 짧은 보고서’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어체와 외계어는 모두 채팅에서 파생되어 왔다. 말을 하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글이 당연히 느린 관계로 점점 말을 줄려 빠르게 써내려 간 결과 통신어를 탄생시켰다”며 “하지만 통신어체와 외계어는 그 성격이 다르다. 통신어체는 빠름은 추구했어도 한글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외계어는 한글의 원형이 유지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게 언어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서 ‘외계어’나 ‘특수문자’를 검색하면 1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카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2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다음 카페 ‘특수문자만땅’(cafe.daum.net/NicknameWorld)은 외계어에 대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세히 회원들의 닉네임을 외계어로 바꿔주는 등 자신들만의 언어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독특하게 만든 외계어를 ‘예쁜 서명’(e메일 끝에 첨부하는 글귀)이라는 형태로 공유하면서 그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작년 6월에 ‘오픈 국어사전’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국어사전에는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신조어, 유행어, 사투리 등을 네티즌들이 스스로 등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외계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요즘은 ‘외계어 사전’보다 한발 더 나아가 외계어를 정상 언어로 번역해주는 ‘외계어 번역기’(http://tongjang.x-y.net/gg/start.php)도 등장했다. 이 번역기를 만든 ID ‘정구륜’씨는 번역기에 403개의 단어와 숙어를 입력해 뒀다가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들어오면 이를 정상표기로 바꿔주고 또 정상언어를 입력하면 외계어로 바꿀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외계어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반면 외계어에 대한 반대운동도 활발하다. 많은 동호회가 가입시 ‘외계어 사용시 강제 탈퇴’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고, 웹진 ‘아이두(www.idoo. net)’, ‘언어파괴에 반대하는 사람들(cafe. daum.net/anitoutside)’ 등에서는 외계어 반대 캠페인을 벌이며 ‘외계어족’과 대립하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삐삐나 핸드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나 언어가 변화하듯, 그것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듯이 외계어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생기면서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통신언어 사용자 가운데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상의 학력이나 성인들은 통신언어와 일상 언어를 잘 구별하지만 청소년의 경우는 일상생활에서도 통신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언어학회에서 ‘실생활에서 통신언어 사용정도’를 설문조사 한 결과 ‘매우 많이 사용한다’는 질문에 중학생 30%, 고등학생19.1%, 대학생 6.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순덕(국어국문학과) 강사는 “외계어는 통신언어의 한 일종이며 계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나 가정에서는 통신언어를 인정하고 공과 사를 구별하여 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어의 높은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어를 영어보는 우선시하는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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