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맑은 얼굴로 3월의 봄내음을 몰고 온 2003년 새내기들의 첫 출발이 시작되는 달 인 요즈음, 약간의 수줍음과 익숙하지 못한 대학 초년의 어설픈 모습으로 다니는 새내기들, 그들이 스쳐 지나갈 때 풋풋한 싱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꽃샘 추위는 겨울내 움츠렸다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시샘해 보지만 끝내 봄의 전령처럼 빗물이 되어 촉촉이 젖어든다. 3월의 문턱에서 봄기운의 축복을 받으며 새롭게 출발하는 새내기들의 미래를 향한 꿈과 소망과 희망의 나래는 푸른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개짓하며 솟아오르고 있다.
15년 전, 제주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 채 학과 신설의(공과대 산업디자인학과)의 일원으로 처음 내도 하여 캠퍼스에서 제대인 새내기를 처음 만났던 캠퍼스 환경은 최루탄의 자욱한 연기와 내음, 쫓고 쫓기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 가운데에 두려움과 미래를 향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마주했던 새내기들의 모습에서 제주인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보았을 때 나는 내게 주어진 의무가 무엇인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의지를 갖는 것은 확고한 자세를 의미하며, 진취적인 생각은 뜻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보존과 개선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임을 의미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모든 어려움의 극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주의 역사와 현실이 그러했듯 참고 인내하며 슬기롭게 다스려 오늘을 이루어낸 우리 제주인의 숭고한 정신에서 우리의 제주 미래에 대한 방향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고 싶은 충동과 새로운 환경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동경을 위해 고향을 등지는 새내기들도 많지만 고향 지킴이를 자청하는 제대인 새내기들, 그들에게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가지 전하고 싶은 의미는 실력이 모자라, 갈곳이 마땅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최후의 선택한 곳이 아니라 진정한 제대인으로서 제주를 사랑하고 고향인 제주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각오로, 또한 진정한 제주인으로 남기 위해 머물게 되었음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제주대학교와 함께 더불어 살아온 나의 15년, 그 동안 많은 제대인들이 이곳 아라 캠퍼스에서 꿈을 키워 현실과 미래에 도전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밝은 제주의 미래를 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들과 동참하며 같이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작품활동을 통해 제주를 이해하고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갈 것이다.
새내기에서 제대인으로, 제대인에서 제주인으로 바뀌어져 가는 것은 어쩌면 순리와 윤회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제주 미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선 이 3월에 처음 세운 뜻 그대로 간직하면서 열심히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 역시 더 깊이 제주를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들을 위해 학문적 공감대와 이념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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