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리랑 영어 라디오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을 하고 있다. 넉넉치 않은 시간을 쪼개고 틈을 내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져있다. 영어는 내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마술과 같은 것이다.

  필자가 영어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하자면 시간을 좀 거슬러 가야 한다. 내 짧은 인생의 정확히 절반인 13년. 초등학교에서의 정규 영어 교육이 시행되기 한참 전이던 그때만 해도 시골 지역에 살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영어의 ‘ABC’ 를 그때 배우기 시작했다. 동기가 없던 탓에 처음 몇 개월 동안 영어는 그저그런 과목 중의 하나였다.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팝송의 가사를 눈으로 접하던 날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래를 가수처럼 부르기를 좋아했던 나는 그 노래를 부르던 가수의 음정, 박자, 심지어는 발음(지금 생각하면 연음이었던) 을 그대로 모방했다. 그것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였다.

  그 후로도 영어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까지도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영어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영문과 언니를 따라 세계태권도대회의 통역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영어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한 행동이었다는 생각도 한다. 그때의 영어 실력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덕분에 경험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버스에서 EBS의 영어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오는데 대략 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지루함도 달래고, 조금씩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외국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그 사람들의 생활 속 대화 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도 언어는 학습의 지속성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토익 시험 준비를 하면서부터 잊고 있던 문법도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고, 제한된 문장들이나마 정확히 듣는 공부를 좀 더 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때론 회화를 공부해야 하는지 문법을 공부해야 하는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영어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엄살을 듣게 된다. 팥빙수를 먹을 때 아이스크림을 먼저 먹어야 할까, 젤리를 먼저 먹어야 할까는 먹는 사람 마음이다. 무엇을 먼저 먹든 먹다보면 다 먹게 되니까. 회화든 토익 등의 시험공부든 일단은 하나를 임의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판단해서 영어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쪽을 택해서 일단은 시작을 하는 것이다.

  목표가 뚜렸하고 이루려는 의지만 있다면 반은 된 것이다. 영어가 친근하게 느껴 질 때까지 일단은 자신이 택한 목적을 위해 공부를 하기 바란다.

  영어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그때가 비로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때에는 영어공부의 계획을 다시 세운다. 영자 신문을 하나 사서 3일에 걸쳐 나눠 읽는 다든지, 아리랑의 7분짜리 아침 영어 뉴스를 녹음해서 그날 하루 동안 여러번 듣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원봉사 등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스스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가. 지금 나는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고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멀겠지만, 나를 발전시키는 것만이 기회를 만났을 때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과제와 할일에 오히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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