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은 제2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많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들은 6ㆍ25 이후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피땀을 흘렸는데, 이제 그 자녀들이 ‘청년실업’ 때문에 부모들 못지않게 고통을 당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그랬듯이 우리 젊은이들도 이 위기를 능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어떤 경우든 꿈만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길은 있게 마련이다.

  ‘제주대신문’ 기고 요청을 받고 누구에겐가 이끌리듯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용두암 서쪽 해안도로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한겨울 제주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검푸른 파도가 수없이 밀려와 새까만 현무암을 감싸 안 듯 뛰어넘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내 알 듯 말 듯 속삭인다.

  “뛰어 넘어라, 뛰어 넘어라. 이렇게 나를 뛰어 넘어라.”

  그렇다. 제주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려면 이 ‘제주바다’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제 이 세계는 ‘지구촌’이라고들 하지 않은가. 하물며 이 제주바다조차 뛰어 넘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세계를 향하여 ‘제대인’의 큰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

  이제 젊은이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담보할 자기계발을 바란다면, 정적인 일자리보다 동적인 일자리가 오히려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에서 열심히 취업을 위하여 절차탁마하였더라도 ‘취업전쟁’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이든 북경이든 바다도 뛰어 넘고 국경도 뛰어 넘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전체 대졸자 중 이공계 졸업자 비율은 39.8%인데, 40대 기업 신입사원 중 이공계 출신 신입사원 비율이 76.8%라고 한다. 이공계 출신의 경우 전공 자격증과 외국어 실력만 갖춘다면 그런대로 취업문이 넓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학취업과에서 취업 알선을 하다보면, 육지부 대도시 기업체보다 제주 기업체에 취직하기를 선호하는 졸업생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취업이라면 국경이라도 뛰어 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바다’도 뛰어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대학교 졸업생 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제주바다’인 것 같다. 대부분의 섬의 문화적 특성인지, 아니면 최근 산아제한 세대들의 경우 두 자녀가 보통이어서 부모와 자식간 가족애가 특별하여 ‘제주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꺼려서인지, 아무튼 섬이라는 제주의 특성이 제주 젊은이들의 취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계화 시대이다. 특히 제주는 서울, 상해, 동경을 1시간에서 2시간 20분이면 오갈 수 있는 ‘동북아의 중심’이다. 국내의 경우 김포공항을 기점으로 김해공항, 제주공항 간 비행시간의 차이는 1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산에서 바라보는 서울보다 제주에서 바라보는 서울이 실제보다 멀게 느껴진다. ‘제주바다’ 때문이다. 아직도 제주인들은 선조들이 조각배를 띄우고 조심조심 건너던 ‘제주바다’만을 생각하고 있어서 일까?

  마침 불어오는 높하늬바람에 ‘제주바다’가 다시 발밑에서 두런거린다. “뛰어 넘어라, 뛰어 넘어라. 저 높은 한라를 딛고 단숨에 나를 뛰어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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