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있어 대학은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젊음을 되찾는다. 대학의 영원한 젊음은 그렇게 유지된다.

  시작은 항상 의욕에 넘치는 기간이다. 여태까지 모자랐던 점, 미흡했던 점들을 고치고 더욱 큰 발전을 이루려는 새로운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설령 꺾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의지를 갖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태도이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기마저 포기한다면 아무런 발전도 이룰 수가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그렇고, 조직적이거나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에는 더욱 더 새로운 시도를 추구해야할 책임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리켜 ‘대학’이라고 하는가. 건물이 화려하다고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대학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정신에 있다. 시대와 사회를 선도하는 기능에 있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대학이 시대적 변화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 피터 드러커와 같은 사람은 이미 오래 전에 대학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그는 대학이 머지않아 박물관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언에는 과장이 섞여있다. 중세 서양에서 출발한 대학이라는 제도는, 근대 이후의 급격한 변혁 속에서도 그 기능을 변화시키며 오늘날까지 의연히 유지되어 왔다. 대학이 지닌 자기개혁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문제의 핵심은 자기개혁 능력이다. 자기개혁 능력이 없다면 대학 종말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학을 둘러싼 시장적, 정책적 환경은 지금 매우 엄중한 바 있다. 대학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제는 외국의 대학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국립대학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자기개혁 의지와 능력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있다. 우리 대학이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경험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남의 것은 커 보이고 자기 것은 작아 보이는, 그런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 대학이 지닌 인프라와 경험을 부러워하는 더 어려운 대학들도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개혁의 의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다. 우리에게 추월해야 할 대상들이 있다면, 그들이 추진하는 것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그냥 기존의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서 발전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우울함이 떠도는 이 시대, 우리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제시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새 학년 새 학기, 다시 얻은 젊음의 기백으로 시대와 사회를 선도하는 대학의 본질을 다시 되돌아보자.

  말은 이미 넘치고 있다. 지금 시대와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실천이다. 스스로를 먼저 변화시키면서, 발전의 구체적 가능성을 우리가 이 시대와 우리 사회에 예증해 주어야 한다. 대학과 지식인에게는 항상 권리보다는 책임이 앞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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