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2005년 3월 1일자로 예정이었던 제7대 총장 임용이 되지 않은 가운데 총장 직무대리 체제라는 매우 생소한 환경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새 학기 둘째 주를 보내고 있다.

  1980년 말 총장 민선제가 도입된 이후, 민주적 합의와 절차에 따라 치러진 선거 결과는 그대로 준수되어서 제 때에 총장 발령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적 절차가 이번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새 학기를 맞이한 대학 구성원은 도대체 무슨 사유로 총장 임용이 지연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장 임용이 늦어져서 3월 초순이라고 보도되다가 3월 말경으로 임용이 지연될 것으로 보도되는 사태에 접하면서 당혹감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3월과 4월은 대학의 1년 살림살이의 로드맵이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신임총장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대학에서 3월 하루의 무게는 다른 달의 한 주 이상에 버금가는 중요한 일들을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며 실기를 하지 않아야 산적한 대학의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경쟁력을 누누이 강조하는 현 정부가 민주적 선거절차에 의해서 선출된 총장 당선자를 대학의 책임 있는 경영과 행정 수장으로 제 때에 임용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또한 우리대학이 대행체제라는 비상사태를 맞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책임 있는 구성원 어느 누구도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아무런 메시지 하나 우리에게 남기는 일이 없다. 이해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 밖의 사람들로부터 대학총장 선거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고 질문을 받거나 아니면 우리대학도 혹시 불법, 타락선거를 치룬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의 눈길을 경험할 때, 당혹감을 넘어서 황당함을 겪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과 심리적 위축은 우리 구성원들의 생산적 에너지를 저해하는 가장 큰 독소이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힌 선거결과를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여, 대학 행정을 정상화시키고 책임 있는 행정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 번 우리대학의 총장 선거는 교수와 직원 등 대학구성원의 합의로 마련된 총장임용후보자 선출규정에 따라 이뤄졌고 역대 어느 총장선거보다도 투명하고 깨끗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선거참여를 놓고 대학구성원간 갈등 심화로 선거일정에 큰 차질을 빚은 바 있지만 우리대학은 별다른 대립 없이 무난하게 선거일정과 과정을 소화해냈다. 이것은 대학 구성원 모두의 성숙된 의식의 결과이다. 

  이러한 선거 결과가 행여라도 부정되는 듯한 지연 사태는 바로 우리 모두 지난 수십 년간 민주화 투쟁과 과정을 통해서 성취한 민주주의의 뿌리를 훼손할 수 있다. 이 점을 직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구성원들은 무엇이 우리대학의 진정한 내실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를 판단해서 합리적이고 긍정적, 생산적 노력으로 대학의 비상사태를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지혜롭게 극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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