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총여학생회(회장 유지혜 경제4)는 교문 앞에서 ‘생리대 나눠주기’행사를 벌였다. 생리대를 받아 든 여학생들은 아침 등교시간부터, 그것도 교문 정문에서 이런 행사를 가진 총여학생측이 다소 생뚱맞다(?)는 반응이었다.

  유엔에서 지정한 3월8일 ‘여성의 날’은 90여년 전 미국 섬유여성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만들어진 날이다.

  또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각종 차별과 이데올로기를 알아보고 여성을 일터와 가정의 주인으로서 인정하며 그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천의지를 북돋겠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날이다. 이런 깊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학생들의 권익을 내세우고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총여학생회는 정작

  ‘여성의 날’을 선물을 나눠주는 ‘~데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여성의 날’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알리고 여성들이 누려야 될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는 못할망정 생리대를 곱게 싼 포장지에 ‘3·8 여성의 날 기념’이라는 문구를 달랑 적어놓은 것으로 끝내버리는 그 무성의함이 여학생들을 대표하는 총여학생회가 맞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여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라면 적어도 현재 제주대 여학생들이 누리고 있는 복지여건과 환경 등을 묻고 그들의 회포를 풀 수 있는 행사로 이끌었어야 한다.

  이와 관련 총여학생회측은 14일 있을 출범식을 여성축제 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달력에 뻔히 명시돼있는 3월8일 여성의 날을 뒤로한채 구지 자신들의 출범식에 여성축제를 포함하겠다고 한 이유는 뭘까.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맞이한 14일 총여학생회의 출범식은 적잖은 실망을 안겨줬다.

  출범식과 함께 여성축제도 겸하겠다던 그들의 계획은 사탕나눠주기 행사와 차시음회, 메이크업 강좌, 영화상영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출범식 그 이상, 이하도 아닌 행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주최측의 사정으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영화상영의 경우 대중적 작품인 ‘주홍글씨’와 ‘여선생, 여제자’가 상영작으로 지정돼 과연 누굴위한 영화상영인지 그 의미조차 모호하게 했다.

  물론 이번 행사를 여성들만의 행사가 아닌 남성들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고 싶었다는 총여학생회 측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축제’는 말 그대로 여성을 위한 축제다. 남성들이 받을 소외감을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그 자리에 참여한 남성들이 더욱더 여성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왜 남성이 받을 소외감에 대한 우려로 ‘여성을 위한 행사’의 의미까지 퇴색시켜 버리는가.

  다시한번 말하지만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단지 여성으로만 구성된 보통 자치기구가 아니란 말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그 방법은 다르지만 넓게는 세계적으로, 좁게는 도내에서도 ‘여성을 위한’ 여성의 날 축제가 구성돼 진행됐다. 그런데 정작 ‘대학’이라는 최고 교육기관의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호들갑은 떨지 못할망정 너무도 태연하게 여성의 날을 넘겨짚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망각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호주제폐지 법안 통과와 함께 찾아온 여성의 날을 기쁨으로 맞이하느라 떠들썩하고 한쪽에서는 생리대를 나눠주느라 분주한 상극된 두 모습을 보며 그들을 믿고 생활하는 한 여대생으로서 마음이 착찹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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