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가능성과 지속성은 쌍방향의 합의에 기초한다. 통일은 어느 일방의 운동이나 정책 또는 힘의 논리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방적 통일인 경우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너무 커서 ‘누구를 위한 통일이고 무엇을 위한 통일’인지를 의문시하게 된다.

  물론 실제의 통일과정에서는 역량의 차이와 정세의 유·불리로 인해 어느 일방의 선도와 추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방의 선도에 화답하고 보완해 나가는 상대방의 대응이 뒤따를 때 비로소 하나로 통일됨의 정치사회적 의미가 커지고 비용절감의 유용성이 증대될 것이다.

  남·북한 통일문제에 있어서 어떤 선도적인 통일정책이든 혹은 남-북한 누군가에 의해서 추진되든, 남·북한 7천만으로부터 호응과 수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정책의 실효성이 커지고 통일의 실현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통일정책을 통한 위로부터의 제시와 추진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호응과 수용이 함께 어우러져 나가는 어떤 특정의 시점과 국면에서 그 전에는 예상하지 않았거나 간과되어 왔던 요인들의 작용에 힘입어 비로소 남북한 통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통일정책의 성공은 통일을 조속히 달성할 수 있는 탁월한 방식이나 기회활용에 있기보다는 남북한이 사이좋게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가도록 관계개선과 7000만 한민족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때 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북한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국가연합의 틀로서 접근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연합형 연방제는 1민족 1국가라는 20세기적 탈식민지 신생독립국가의 국가주권중심 논리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한다. 한반도-동북아-세계라는 3가지 수준에서 어떻게 평화공영에 기여하고 이를 확대·활성화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21세기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은 더더욱 탈국민국가적 방식의 민족공동체 건설에 대한 지지한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연합형 연방제 통일정책은 또한 남한이나 북한 중 어느 한쪽의 소멸 내지는 항복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일방적 통일정책은 불가피하게 배제와 적대 그리고 강제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적대적 대결은 상호불신과 체제경쟁을 거치면서 총력안보 태세의 강화와 제로섬 게임적 대결 그리고 무모한 군비경쟁을 낳는데, 분단된 민족을 하나로 합치자는 통일정책이 오히려 민족 간의 적대와 대결을 조장하는 역설 속에서 분단 50여년에 걸친 남북한 적대적 대결의 폐해와 아픈 경험은 통일을 지향하는 적대적 대결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설정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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