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임용 지연 문제를 둘러싼 교수들간의 분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제주대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제정추)가 교수회와 선관위를 상대로 총장임용지연사태와 관련한 11개항을 공개질의해 교수사회에서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보다 못한 총학생회도 29일 ‘학생총회’를 열어 총장임용 지연에 대해 학생, 교수, 교직원 대표로 ‘비상대책위원회’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대로 가다간 총장임용 지연 문제를 놓고 두 집단간의 논쟁으로 대학이 두 동강이 날 상황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참으로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역대 어느 총장선거에서보다도 깨끗하게 치러졌다는 지난 선거 결과에 대해 교수회·제정추 양측 모두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 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서로 물고 물리는 공방 과정에서 예상되는 분열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대학에 또 하나의 그림자를 드리워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우리대학이 개교 50주년을 맞아 대학발전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 지난해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학 상황을 돌이켜보면 대학구성원들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대학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을 놓고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지경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매우 개탄스럽다. 지금은 이런 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때도 아니다.

   교수회는 지난해 10월 교수의 직접 선거로 출범한 공식적인 학칙기구다. 바로 교수들의 공식기구인 셈이다. 그런데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일부 교수들이 ‘제정추’라는 임의단체를 발족시켜 교수회에 질의하는 모양새가 영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또 교수회의 ‘제정추’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상 제정추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씻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교수회도 제정추의 11개항에 대한 질의에 충실히 답하면 그만이다. 교수회는 제정추에 대해 ‘공개질의서는 중론을 빙자해 총장임용 지연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소수 특정후보 지지자들의 행태로 간주한다’고 밝혔다지만 그런 식의 대응부터 옹색하게 들린다. ‘공개질의에 대한 교수회의 답변이 궁금하다’는 대학 내 여론이 엄연히 존재하는 판에 기교적 답변으로 일관한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교수회는 총괄소위원회에서 논의를 계속해 힘들더라도 답변을 이끌어내야 할 사항이지 ‘색안경’을 끼고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특정 사항을 두고서 같은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민주사회의 당연한 현상이다. 교수회와 제정추, 이를 지지하는 세력의 이념적 지향에도 나름대로는 의미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처럼 교수회가 제정추에 대해 ‘중론 빙자’ ‘소수 특정후보 지지자 모임’ ‘경거망동’ 등 극한 용어를 동원하여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교수들의 공식기구라면 이렇게 가선 안 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대학구성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제정추의 주장대로 시급한 대학 현안을 놓고 교수들간의 대화다운 대화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교수회는 열린 마음을 갖고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분열 끝내고 화합 도모해야

  이쯤에서 우리 모두 차분하게 대학 안팎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도민들이 이런 소모적인 공방을 보면서 뭐라 하겠는가. 결과적으로 이런 공방이 대학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총장임용문제’는 정확히 말하면 이젠 공이 정부와 청와대에 넘어갔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내 이해·의견의 대립을 조정하고 여과해 합일점을 찾아내야 할 교수들이 오히려 갈등과 대립의 소지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구성원이 걱정하는 게 바로 이 점이다.

  그렇다고 작금의 사태를 그대로 지켜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화합과 조정의 손을 건네야 한다.

  우선 총장임용지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현 총장대행체제를 비롯한 집행부와 학무위가 대학안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행체제는 법률이 부여한 대로 막중한 책무를 갖는 대학의 총관리자로서 소신껏 대학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그 점에서 양측 간의 이해조정과 대화자리를 마련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한 적극적 중재자로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총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직무의 한계를 스스로 긋거나 지나치게 교수들의 눈치를 살피고, 시간을 다투는 현안의 결정을 유보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또 총장대행체제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려는 모든 외압도 제거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임 총장들을 비롯한, 덕망 있는 원로교수들이 사태해결을 위한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경륜이 있는 원로교수들의 말은 문제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얽힌 관계를 풀게 하는 지혜의 도화선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 집안에서도 큰 일이 닥치면 경륜 있는 어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본데가 있는 집안에서는 살아있는 지혜의 축적인 어른들을 집안의 뼈대로 삼으며 기품을 유지하고 시련에서 탈출하는 슬기를 얻어낸다. 대학 또한 같다. 경륜 있는 세대의 유능하고 현명한 제언은 유익한 처방이 되어 혼란과 시련을 탈피하게 해주는 이정표도 되어줄 수 있다.

  정말로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면 이렇게 가선 안 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대학구성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중심이 서야 통합도 이뤄지고, 안이 튼튼해야 밖을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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