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나 공석이었던 우리대학의 새 총장에 고충석 교수가 취임했다. 대학구성원들은 신임 총장이 대학 발전의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마당발을 자처하면서 대학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고 총장의 강한 자신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대학이 동북아 중심대학으로 가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21세기의 대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의 정체성은 외면당하고 경제적 효율성과 무한경쟁,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시대를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소명에 따라 우리대학도 새로운 모습으로 시대를 선도해야만 하며 새 총장은 이 시대적 과제를 확고한 신념과 냉철한 판단, 그리고 과감한 결단을 통하여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제를 총장 혼자 힘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하며 총장은 사려 깊은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대학 발전을 위해서 총장과 구성원들에게 몇 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총장은 우리대학의 교육 목표를 자신의 경영철학에 접목시켜 대학의 미래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자신 있게 실행하여야 한다. 대학의 기본적 사명인 교육과 연구에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경쟁력 있는 획기적인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누리사업의 선정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한층 더 고차원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구조개혁안에 대하여 능동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간 국·공립대학의 통폐합을 필두로 한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제주교육대학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부적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여 구성원들을 설득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대화합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이번 총장선거가 제주대학교 총장선거 사상 가장 깨끗하게 치루어졌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일단의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하여 많은 구성원들이 상처를 입고 지역사회에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총장은 겸허하게 현실을 직시하여 빠른 시일 내에 치유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선거 공약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과장된 공약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시정하여 타당성 있고 발전가능한 안으로 다듬어야 한다. 총장이 공약한 ABC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키고, 다른 후보의 공약 중 실행 가능한 과제를 선택하여 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실현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대학은 제주도의 현안인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필요한 지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지역에 대한 헌신적 봉사를 해야 하며 이를 우리대학이 도민에게 신뢰를 받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섯째, 대학 민주화와 행정의 투명화를 통하여 구성원들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학내 구성원들도 총장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내와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구성원들의 요구를 조정하고 결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교수회는 총장과의 건설적 긴장관계를 유지하여 견제와 비판 그리고 격려와 대안 제시를 통하여 대학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할 것이다.

  총장자리란 다양한 구성원들의 요구에 다 부응해 줄 수는 없으므로 비난받기 쉽고 좌절하기 쉬우며, 매사에 힘든 결단을 해야만 하는 외로운 자리이다. 그러나 힘들고 외로운 것만이 아닌, 성취감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할 것이다. 4년 후 박수를 받으며 총장실을 나설 수 있게 되길, 그리고 제주대학교 총장 역사에 성공한 총장으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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