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어떤 것을 한번 잘못 인식하고 믿게 되면 여간해서 고치기가 힘든 것을 보게 된다. 나는 미생물학을 강의하면서 거의 매번 강의 초두에 학생들에게 미생물에 대한 인식을 묻고는 한다.

  구체적으로 대장균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학생들은 대장균을 동물의 대장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라는 정도로 매우 피상적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장균’이라는 세균에 대한 느낌을 말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왠지 기분이 나쁘다’, ‘나쁜 미생물이다’, 또는 막연히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 ‘좋은 것이 아니다’ 등등 매우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장균에 대해서 특별히 공부를 해 본 바도 없으면서 왜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어 보면 그 경위를 정확하게 기억을 하거나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년간 얻어진 통계적 해석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인식은 공식적 학습을 통해서가 아니고 언론매체 등으로부터 습득된 단편적 인식이 임의로 정리되어 기억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하절기가 되면 기온이 상승하여 우리 주변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빠르게 증식하게 된다. 따라서 식음료 등에 오염된 병원성 미생물들의 증식속도도 빨라지고 이로 인해 수인성 전염병이나 식중독 등도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질병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수질이나 식품의 미생물 검사를 하게 된다.

  이러한 검사의 결과가 가끔 언론에 보도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통 피검체 속에 대장균이 얼마가 나왔다고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아이스크림 속에 대장균이 얼마가 나오고, 또는 어떤 음료수 속에 대장균이 얼마가 나왔으므로 위생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보도한다. 이런 기사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장균은 나쁜 세균인데 이것이 많이 나왔으니 좋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대장균은 자연스럽게 나쁜 미생물로 인식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장균은 본디 사람을 위시한 온혈동물의 장 속에 상존하는 세균으로서 이것이 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면 비위생적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음식물 등으로 들어가게 된다.

  대장균은 그 자체가 나쁜 세균이 아니지만 어떤 곳에 대장균이 존재하다는 사실은 대장균과 같이 장속에 서식하는 장티푸스균이나 콜레라균 또는 쉬겔라균(설사병균)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병원성 세균의 존재를 직접 검사하기보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는 대장균의 존재와 수를 알아냄으로써 통계학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방식에 따라 다른 병원성 세균의 존재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럴 때 대장균과 같이 간접적으로 다른 사실을 알려 주는 생물을 지표생물이라고 한다. 보도에서는 대개 이러한 배경 설명을 생략하고 대장균 이야기만 하니 대장균은 나쁜 놈으로 인식되는 참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장균 중에는 O:157같이 돌연변이가 되어 병을 일으키는 변이종도 더러 있기는 해도 대부분은 동물의 장 속에서 착하게 살고 있다.

  이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게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미생물이 병을 일으키거나 음식물을 부패시키는 나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손해를 끼치는 종류는 약간이고 더 많은 것들은 자연의 순리에 잘 맞게 살고 있으며 사람에게도 많은 유익을 주고 있다.

  나는 미생물학 강의 시간을 미생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누명을 벗겨 주고 더 많은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한 변론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잘 못 인식한 것을 진리인 양 기억하여 많은 것을 오해하고 누명을 씌우고 살지 않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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