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과 나의 위치를 바꿔 ‘내가 그였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읽어오던 소설책의 내용들은 일상생활과 거리가 멀던지, 너무 화려하고 복잡해서 도무지 현실 세상에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내 성격과 비슷하면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찾아 봤다. 그러던 중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작가 자신의 성격을 반영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쓴 위기철의 「고슴도치」라는 책을 집어들게 됐다.
세상에는 누군가와의 큰 충격을 겪은 후 돌이키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고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헌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부인과의 이혼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을 잊어 버리려 노력하고, 이 때문에 다가오는 사람과의 인연이 두려워 회피하는 사람이다. 딸 유진이나 가족과의 생활 외에는 모두 불필요한 것이라 여겨 자신의 삶에 끼여들지 못하게 가시를 만든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왜 책의 제목이 고슴도치인지를 알 수 있었다. 가시를 곤두세운 채 자신만의 울타리 속에서 다른 사람을 기피하는 헌제의 모습이 고슴도치와 많이 닮아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묘미를 꼽는다면, 비록 온 몸에 자포자기와 자기방어, 고립감이라는 가시를 두르고 자기만의 세상 속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헌제를 표현하면서도 작가는 낙관적이며 건강한 시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톡톡 튀는 구절 하나 하나는 정말 재치가 있었고 읽는 동안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사랑니란 뽑을 때가 아프지, 뽑고 나면 개운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사랑니란'의 발음을 약사를 통해 ‘사랑이란'으로 바꿔 헌제의 사랑을 표현하는 재치는 잊을 수 없는 명대사이다.
작가는 헌제의 고슴도치 같은 가시를 얘기하면서도 그런 가시를 뚫은 명신과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처리해 읽는 이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가시 돋친 헌제의 삶을 천천히 되새겨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가시를 눕히는 방법은 먼저 다가서고 스스로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삶의 속을 들여다보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맘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또 다시 그런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가시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헌제도 상처받은 마음에 또 다른 상처가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고슴도치처럼 자기만의 세상에 아무도 접근 못하도록 가시를 내두르는 것은 진정한 자기방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등에 가시가 사라진 지금, 정말 자기 자신의 등뒤에 가시가 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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