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해양수산부에서 세계를 뒤집어 거꾸로 보는 지도(남반구를 아래로, 북반구를 위로)를 만들어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모두가 새로운 관점의 지도라고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지도는 북반구를 위로, 남반구를 아래로 두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반구 위주의 지도가 일반적이었던 이유는 유럽,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북반구에 위치하다보니 지도제작도 자연히 선진국위주의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에서 거꾸로 보는 지도를 만듦으로써 세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제주도를 보는 관점이 180도로 달라지게 되었다. 이 지도의 특별한 점은 제주도가 환태평양시대로 진출하는 대한민국의 교두보가 된 것이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이며 또한 태평양 중심의 시대라고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세계의 주도권을 가졌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 싱가폴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들이 득세를 하는 새로운 세계판이 짜여 지고 있다. 즉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이 유럽과 아메리카권을 거쳐 아시아권으로 넘어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는 변화의 시기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이 변화 속에 과연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 제주도는 태평양의 주변인 동중국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 제주도와 중국의 상해를 연결하는 직선이 황해와 동중국해를 나누는 경계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제주도는 그 크기는 다르지만 적어도 해양지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를 기점으로 하는 동중국해(Est China Sea)는 어떠한 바다인가? 동중국해는 태평양의 아시아권에 위치한 광범위한 바다이며, 아시아의 중요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타이완등은 모두 동중국해의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해양 지리적 관점에서 제주도는 세계적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가 주변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동중국해의 중심이자 아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정학적인 명분 때문이다. 이 명분의 근거에 제주도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정부가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도 해군 및 공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려는 아이러니한 배경에는 환태평양시대에 그만큼 제주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해양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제주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우리나라의 해양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의 시작은 제주가 되어야 한다.

  변화는 새로운 생각에서 시작되며, 개혁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북반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을 뒤집어 제주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제주대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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