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리더십의 패러다임

리더십은 리더, 추종자, 그리고 상황을 포함하는 복잡한 상호작용 현상이라는 사실에서 연구자들 간에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개념은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 및 집단에 행사되는 영향력’이다. 여기서 영향력은 개인이나 집단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이며, 이러한 힘의 원천을 권력이다.
그런데 권력은 크게 보상적 권력, 강압적 권력, 합법적 권력, 준거적 권력, 전문적 권력으로 분류된다. 보상적 권력은 타인에게 보상을 줄 능력이 있을 때 나타나는 권력이며, 강압적 권력은 타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는 있는 능력이 있는 때 나타나는 힘이다. 합법적 권력은 흔히 권한이라 말하는 것으로 어떤 직위에서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힘을 포함한다. 준거적 권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특성이나 인품 혹은 인간적 매력으로 인해 나타나는 능력이고, 전문적 권력은 지식이나 전문적인 기술 때문에 그로부터 영향력을 받을 때 나타나는 권력이다.
리더십은 이러한 5가지 권력에 의해 행사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종자의 수용을 필요로 하며, 추종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사되는 영향력은 리더십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5가지 권력 중 추종자의 감정적 수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이 준거적 권력과 전문적 권력이다. 즉 리더의 인격과 인간적 매력 및 해박한 지식과 이론으로 추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때 수용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상을 유지하고 기대되는 성과를 요구하던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은 부하의 감정적 수용을 위해 준거적 매력만을 강조하고, 목표달성의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보상적 권력과 합법적 권력 때로는 강압적 권력을 활용하여 왔다. 이의 대표적인 리더십 유형이 Ohio대학의 ‘구조주도-배려’형 리더십이며, 1970년대까지 리더십 유형의 틀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 배경

1980년대 들어서면서 새로운 리더십(new leadership theories) 또는 새로운 장르의 리더십(new genre of leadership theories)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이론들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리더십이 등장하게 된 원인은 조직 내·외적 환경의 변화와 전통적 리더십의 한계 때문이다.
조직을 둘러싼 외적 환경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급변하기 시작하여 기존의 안정적 환경을 전제로 정립되었던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이 그 타당성을 잃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현상을 유지하고 기대되는 성과를 요구하던 리더십 이론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들어서면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하였는데, 이 시기는 한국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1990년대 초반 WTO체제의 출범과 자유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세계화를 필두로 정보 및 지식기술의 급격한 발달, 지식 소비자층의 확산으로 인한 요구의 다양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가상 시장의 형성, 기업 간 경쟁의 격화 등은 이에 대비하지 못한 우리 기업들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외적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핵심은 조직의 유연성과 혁신성에 있다. 또한 혁신적 경영패러다임들은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쳐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뉴 패러다임들은 인본주의 철학에 입각하여 구성원의 신념, 욕구, 가치 등을 변화시켜 급변하는 조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개척할 수 있는 구성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조직의 유연성과 혁신성의 주체는 구성원이며, 유연하고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은 이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란 장에서 리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의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은 부하에게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합리적인 가치만을 추구함으로써 현상을 유지하거나 기대되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에 치중하여 왔다. 이러한 리더십 형태는 안정된 환경 하에서는 유효할지 몰라도 급변하는 기업환경 하에서는 기업이 성장·발전하는 데 있어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기업환경 하에서는 부하에게 심대한 정서적 영향을 미치고 기대 이상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새로운 형태의 이론들이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이론들은 평균적 리더십 관점(average leadership)의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적 리더십, 전략적 리더십, 비전적 리더십, 문화적 리더십과 교환관계적 관점의 리더-부하 교환관계 이론(LMX, leader-member exchange) 등으로 대표된다. 이러한 이론들은 분석수준이나 내용면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과는 분명한 차별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데 치중한 반면, 새로운 리더십 이론들은 구성원의 흥분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고양을 중요시하며 실제적이며 실천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강조한다.
둘째,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은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현상 유지와 관련된 리더십에 치중해 온 반면 새로운 리더십 이론들은 집단이나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을 창출하고 이를 구성원에게 구체화하여 구성원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전통적 리더십 이론에서는 리더십의 상징적 기능과 의미 창출 기능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새로운 리더십 이론들은 리더의 상징적 행동과 부하에 대한 의미부여 기능을 중요시하고 또한 이를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넷째, 전통적 리더십 이론에서는 다분히 상사와 부하간의 수직적 상호관계에 초점을 두는 반면 새로운 리더십 이론에서는 부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리더와 부하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 상호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 전통적 리더십 이론은 리더십 환경의 변화를 경시하는 반면, 새로운 리더십 이론에서는 조직적·집단적 측면의 리더십 환경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여섯째, 새로운 리더십 이론들은 전통적 연구에서 리더십 유효성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다루지 못했던 임파워먼트, 자아개념, 혁신행동, 자발적 행동 등의 변수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뉴리더십 이론들은 전통적 리더십 이론 내에서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던 내용들을 다룸으로써 기존의 리더십 이론들을 보완시켜주고 있다.

맺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들은 전통적 리더십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리더의 전문적 권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비전을 무기로 부하의 흥분과 열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리더가 미래 청사진을 부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리더는 과거와는 다른 지식과 기술 그리고 가치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강영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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