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내적, 외적인 변모를 거듭해 왔다. 과거의 우리대학과 오늘날의 우리대학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대학을 ‘신성한 땅’이 아닌 치열한 학문의 장(場)으로, 지역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의 산실로 인식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정태적으로 안주할 경우, 우리대학이 퇴보하게 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우리대학 발전은 그러므로 대학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해야 할 절대적 가치이다. 그러나 개교 53주년을 맞는 우리대학의 발전은 최소한 세 가지 전제가 충족될 때에 순조롭게 지속될 수 있다.

  첫째는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보직 교수들의 적극적 사고이다. 여기에서의 적극적 사고란 열린 사고이며 대학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의 다른 표현이다. 적극적 사고가 합리성과 도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것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전에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대학교수 출신의 한 국회의원이 우리대학에 한국학 대학원을 설치하자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을 제대로 강의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국제자유도시인 제주의 국립종합대학에 한국학 대학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제안의 배경이었다. 한국학 대학원을 설치하는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동의하는 사업이기도 했으므로, 그 제안 속에는 소요되는 예산과 교수를 충분히 배정한다는 조건도 함께 들어 있었다. 제주도지사도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돕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당시 우리대학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 수조차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그 이유였다. 그것은 대학 운영자의 폐쇄적 사고나 즉흥적인 판단이 대학 발전에 얼마나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둘째는 새로운 학문적 지식의 축적이다. 지식의 외연을 어디까지로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대상에 대한 잡다한 정보가 지식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만일 어떤 대상에 대한 잡다한 정보가 지식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잡다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람을 지식인이라 하지 않는다. 지식의 움직일 수 없는 요소는 체계성이다. 학문적 지식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여기에다 덧붙은 ‘새로운 학문적 지식’이란 시대의 발전에 상응하는 학문적 지식을 말한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의, 새로운 학문적 지식에 대한 토론이 수시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셋째는 대학생의 진취적 정신이다. 진취적 정신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자만이 지닐 수 있다. 그 정신의 토대 위에서, 대학생은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에 앞서 실력부터 쌓아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생에게 걸맞는 실력을 소유한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 그것이 우리대학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전제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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