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무소유」에서)

  청빈한 삶을 설파하는 여러 에세이 중에서도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유독 사랑을 받는 까닭은 지은이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스스로 선택한 가난을 살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모임을 만들어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을 조용히 펼치고 있다.

  버릴수록 얻는다고 했다. 무엇인가를 가지려 할 때 거기 얽매이는 탓이다. 설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유한 것이 고통스런 집착으로 바뀌는 것. 법정 스님은 수필집 ‘무소유’에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임을 깨닫고,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버리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버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 달리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게 되는 순간이 바로 온 세상을 갖는 순간이다.

  1976년 범우사에서 출간된 ‘무소유’는 금전과 소유가 최고의 미덕인 시대를 비집고 스테디셀러 중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 물질문명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문고판 수필집으로는 드물게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를 끈 책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스님에게 감사의 글을 띄운 뒤 출가한 사람도 있었다. 법정 스님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낼 때만 해도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토록 오래 읽게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해도 ‘무소유’란 말이 아주 낯선 단어여서 한문으로 제목을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소비가 미덕이고 소비자는 왕이었던 시대에 이 책이 이처럼 널리 읽혔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처음 책표지를 보았을 때 불교경전인 줄 알았다. 아니 불교경전은 아닐지라도 산 속에 파묻혀 수행하는 스님의 고리타분한 설파가 책 지면을 독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한 장 두 장 읽으면서 책의 반도 읽지 않았는데 왠지 마음에 무언가가 탁 하면서 느낌이 왔다. 뭔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라는 느낌과 나는 뭘 하면서 살아왔나 싶은 허무감,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결코 이 책은 입산속리하여 면벽좌선하면서 얻은 난해한 불교적 진리를 설파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 조조할인 극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느낀 단상을, 또는 다락같이 값이 치솟는 아파트값을 걱정하면서 세속의 목소리로 토해 놓은 주옥같은 글들이다.

  35개의 소제목을 달고 있는 글들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책 제목으로 사용한 <무소유〉이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모포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이니까” 불승이기도 한 저자 법정이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쓴 글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가진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세상을 기대하며 무소유의 삶을 위해 오늘부터 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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