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말에는 두 가지 힘이 담겨있다. 하나는 일치와 조화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인 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분리와 대립을 만들어 가는 파괴적인 힘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말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그 관계를 단절시켜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성서와 탈무드 등 거의 모든 고전 지혜서들이 한결같이 말이라는 것을 매우 위험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창조적인 힘보다도 파괴적인 힘을 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 파괴적인 힘은 말하는 이의 본의로 가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말하는 이의 본의와는 관계 없이 듣는 이에게 가해지면서 감정적 상처를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부갈등으로 자주 부부싸움을 하던 남편과 아내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남편에게 “계속 이렇게 살 거라면 우리 이혼해요”라고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혼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고 남편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아내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다. “이혼하자고? 그래, 그건 나도 원하던 바요, 맘대로 하시오.” 그러나 이것도 이혼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고 자존심 때문에 나온 반사적 대응의 말이었다. 결국 아내는 자기가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말이 공언이 아니었다는 걸 보이기 위하여 친정으로 가버리게 된다.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아내는 “내가 잘못했오. 이제 그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집으로 들어오구려.”라는 정도의 전화라도 남편이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남편은 오히려 걸핏하면 불만을 말하고 집을 나가는 아내의 버릇을 이번 기회에 단단히 고쳐 놓으리라 작심하고 아예 연락을 끊어 버린다. 그러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가고,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가정불화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결국은 서로가 원치 않았던 이혼을 감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말의 파괴적인 힘은 부부 사이, 친한 친구들 사이 등 서로 가까운 지간에서 발생하기 쉽다. 서로에게 조심하는 마음이 적어질수록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감정적 상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성장과정을 통하여,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마음속에 갖게 되는데 그런 말들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들이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실은 말을 통한 감정적 상처는 받은 만큼 주게 되고 준만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들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만, 학교나 직장에서 상처를 받으면 가정으로 돌아와서, 가정에서 상처를 받으면 또 밖으로 나가서 누구에겐가 무심코 그 화풀이를 하면서 상처를 주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주게 되기 때문에 그 상처를 받는 이들에게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말을 “시위를 떠난 화살”에 비유하였다. 일단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가 없고 매우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겐 누구에게나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보다 말을 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게 아닌가 싶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말에 담기는 이러한 파괴성은 자기 자신을 높이려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일 수 없을 때 상대방의 단점만을 끄집어내어 부정적인 비판을 하면서 은연중 자신을 높이려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말들은 너무 파괴적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마저도 예외 없이 파괴적이다. 영어와 같이 논리적인 언어들과는 달리 감정적 표현들이 많은 우리말은 토씨 하나 표현에 의해서도 전체적 의미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게 말이나 표현을 골라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 만큼도 그 선택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말을 통해 쌓아 가는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시의적절한 말을 골라서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언어습관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적어도, 몸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몸을 치장하는 옷을 고를 때보다도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고를 때 더욱 더 신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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