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대학을 학교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의 국립대를 국가에서 분리해 예산은 물론, 조직·인사 전반에 걸쳐 자율성을 보장해 대학 경쟁력과 자생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대학개혁의 이유는 명료하다. 대학이 지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산업발전은 고사하고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국가적 위기감 때문이다. 방만하고 타율적인 예산운용, 비효율적인 인력 운영과 방만한 조직, 경쟁력 없는 연구 실적 등을 그대로 둬서는 대학의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에서다. 즉, 정부에서 주는 예산만 믿고 안주할 게 아니라 구조조정과 수익사업 등을 통해 생존능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대학개혁 추진에 자극을 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조처를 취하는 것은 때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설립 취지마저 저버리고 국립대를 법인화하자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임과 동시에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립대 법인화의 경우 재정자립이 힘든 지방 국립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며, 당장 법인화를 추진하면 자립이 가능한 국립대학이 몇 군데나 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우리대학을 비롯한 지방국립대들이 법인화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이유는 재정악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안그래도 신입생들의 지방대 기피로 학생모집조차 힘겨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고 자체 수익사업으로 돈을 벌면 된다고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고 수익사업은 한계가 있어 대학 재정은 악화될 것이 뻔하다. 법인화되면 교직원의 신분이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는 점도 큰 반대이유 중 하나이다. 학교법인인 사립대에 비해 임금 자체도 적은데 고용이 평생 보장되는 공무원 신분까지 상실하면 교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립대학들이 ‘선(先) 재정지원·신분 보장 약속, 후(後) 시행’을 이구동성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학을 법인화하려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고, 교직원들의 신분도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 일본과 중국 사례를 들어 국립대의 법인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 나라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89개 국립대를 특수 행정법인화했지만, 그 과정이 10년 이상 걸렸다.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대학법인화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장기적인 계획아래 추진해야 하며, 일정기간 지원이 이뤄진 후 실시돼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2009년까지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대학 정책 추진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대학 자체 내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후 교육재정 예산이 충분히 확보된 후 2010년 이후부터 법인화문제가 구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결국 현재의 문제가 있더라도 국립대를 제대로 개혁하는 것이 올바르고 현실적인 방법이지, 법인화로는 교육의 공공성만 크게 후퇴시킬 뿐이다. 경쟁을 강조하다 보면 일차적인 피해는 기초학문에 돌아갈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한 여건이 조성되고 희망하는 대학부터 법인전환을 유도하는 점진적인 추진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칫하면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정부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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