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슈워츠 지음
최수민 옮김
명진출판사

  지난 40년 동안 미국인들의 일인당 소득은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우울증은 100년 전에 비해 10배 정도 높아졌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선택대안의 수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더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미국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에서 얻는 만족도의 순위에서 가게 쇼핑은 꼴찌 다음으로 조사됐다. 어째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것일까? 배리 슈워츠의 『선택의 패러독스』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여 선택과정에 관여하는 소비자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니 휴대폰 종류가 4000개를 넘는다. 정보와 선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선택대안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어느 식료품점 시식코너에서 행해진 실험연구가 그 예다.

  맛보기 잼을 24개 진열하자 쇼핑객 중 60%가 시식코너로 다가와 잼을 맛보았다. 반면에 6개의 잼을 진열한 경우에는 40%의 사람들이 다가와 맛을 보았다. 그런데 24개의 잼을 진열한 경우에는 잼의 맛을 본 사람 중 단지 3%가 구매한 반면 6개의 잼을 진열한 경우에는 30%의 사람들이 잼을 구매했다. 24개 잼의 경우 평가해야 할 잼이 너무 많아 선택의 자신감은 떨어지고 부담은 커져 선택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사람은 강제로 선택당하기를 거부하면서도 의사결정 자체는 부담스러워 한다. 사람들에게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65%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실제 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88%의 사람들이 자기가 아니라 의사가 대신 결정해 주기를 바랐다.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안락사 여부 결정을 환자가족이 아닌 의사가 먼저 말해주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미장원 손님들은 머리 손질을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와 동메달을 딴 선수 중에 누가 더 행복해할까? 계량적으로는 당연히 은메달 선수가 동메달 선수보다 행복해야 하지만 실제 조사해보면 동메달 선수가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동메달을 딴 선수는 하마터면 메달을 놓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는 남들과의 비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가 좋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정해졌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보다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더 크게 좌우되었다고 한다. 즉, 내가 잘했지만 남들도 잘했을 때보다 내가 못했지만 남들은 나보다 더 못했을 때 더 흡족해 하는 것이다.

  어느 두 정치학자가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함께 세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지지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국 아무런 차이도 만들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일화처럼 선택의 자유는 때로 소비자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가치를 갖는다.

  시간부족에 허덕이고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대인들에게 『선택의 패러독스』는 지나치게 신중한 의사결정을 하지 말고 기대수준을 낮추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 것이며 이미 행한 선택을 후회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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