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법인화 문제로 대학가가 요동치고 있다. 교수와 직원은 물론 학생들까지 전국 단위의 투쟁본부를 결성하여 법인화 저지 투쟁에 나섰다.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회 및 공무원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대학본부의 찬성의혹에 대해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총장은 이에 전자문서 게시판을 통해 법인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자료로 교육부에 제출한 공문서에 담긴 국립대재정특별법 찬성과 국립대 법인화 조건부찬성 의혹은 여전히 논쟁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우리 대학이 법인화 우선대학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특히 ‘예산·인사·조직의 자율성 부여’라는 측면에서 그 특성상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맞물려 제주대의 법인화가 실험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금년 10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소위 ‘국립대 운영체제 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일본의 국립대 법인화와 미국의 주립대를 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야말로 ‘촉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격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가 일본의 50%, 미국의 25%에도 못 미치는 실정에서 국립대 홀로서기를 시도하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미국의 주립대나 일본의 국립대와 비교할 때 현재 우리나라 국립대의 교육 및 연구 인프라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단편적이나마 우리대학의 실정을 보자. 500여명 교수가 편히 앉아 회의할 공간조차 없다. 국제교류회관 개관으로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아직도 동시통역 시설을 갖춘 국제회의장이 없다. 연극 한편 제대로 공연할 무대가 없어 전문대학 공간을 빌려 학과 축제를 하는 형편이다. 수영장은 고사하고 중등학교 수준의 실내체육관이 고작이다. 이토록 열악한 교육인프라로 외국유학생을 유치하고 동북아 거점대학을 지향한다는 것이 참으로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컨대 국립대 법인화는 덩치는 크지만 영양부족으로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반달곰을 경기장으로 내몰아 사자나 호랑이와 달리기 경주를 시켜보겠다는 식이다. 그나마 국가가 운영을 책임지고 등록금이 저렴하기에 받아온 매력을 상실하면 결국 반달곰은 관중의 시선을 못 받고 경기장에서 퇴출될 게 뻔하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국립대 법인화가 시행될 경우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지방국립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도 도로 아미타불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인화의 장점을 주장하기에 앞서 지역별 거점국립대를 최소한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대책이 곧 법인화가 아님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한다.

  국립대재정특별법 찬성 또는 법인화 조건부찬성이 우리대학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본부의 해명과 법인화에 반대한다는 총장의 소신이 변함없는 진실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법인화가 선별 실시된다 해도 대학구성원의 합의 없이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켜지길 바란다. 아울러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법인화의 실체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저지 투쟁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 법인화는 강 건너 불이 아닌 바로 내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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