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W. 멀포드 & 유진 E. 커머스키 지음
  신동표 강남규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과거 대학시절에는 기초 교양도서로 갈브레스의 『불확실성의 시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프루동의 『소유란 무엇인가?』 등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책이었고, 암울한 민주화 투쟁시대엔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가사를 하나두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최인훈의 『광장』을 읽고 친구들과 개똥철학과 함께 열띤 토론을 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시와 산문을 즐겨 썼으면서도 언제부터인가 개인적으로 간혹 저자를 영웅시하는 것을 경계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시나 소설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다큐물을 선호하게 되고 전공이 회계학인지라 자연스럽게 사실적인 사회·경제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독서 취향도 젊은 시절과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이번 소개하고 싶은 『은밀한 숫자놀음 분식회계』는 business에 관련되었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꼭 권하고 싶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회계의 기본원리를 쉽게 실례를 통해 설명하고 또한 회계를 통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회계가 투명하지 않을 경우의 사회적 파장을 살펴봄으로써 회계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고 있다.

  2001년도에 도산한 미국의 엔론사, 국내 재계랭킹 3위인 SK글로벌, 최근 대우그룹 전총수인 김우중씨의 귀국으로 다시 불거진 분식회계 문제 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면서 기업의 투명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요즘에 기업윤리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

  4년 전인 2001년의 9·11 테러 공격이 미국의 대외 정책구도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면 2001년 엔론의 분식회계 파장은 미국의 경영·경제 시스템에 총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경제적 위기를 가지고 왔다. 연이어서 미국의 2위 통신업체인 월드컴, 세계적 복사기 업체인 제록스 등 미국 유수기업들이 분식회계 연루로 기업의 비도덕적인 가치관이 어느새 전 세계적인 핫이슈가 되었다. 국내 경제를 주도하던 SK글로벌, 한화그룹, 대우그룹 등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우리경제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회계부정이 한 나라, 전 세계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사실에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고급관리가 “미국은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회계가 문제다”라는 일갈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려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조작하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의 35%, 상장기업의 20%가 분식회계를 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수치상의 결과일 뿐, 우리나라 거의 모든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미국기업의 회계분식 실례를 통하여 회계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공인회계사, 기업의 재무회계 책임자, 대학교수, 투자자, 애널리스트, 금융회사의 대출 담당자,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회계부정이 가지는 위험성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재무제표만 믿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일반투자자들도 다양한 기업 자료를 토대로 기업전반에 걸친 회계부정의 실체를 파악하여 투자 등의 경제적인 활동에 손해를 보지 않을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인 찰스 멀포드(Charles E. Mulford)와 유진 커미스키(Eugene E. Comiskey)는 투자 회사의 경영경력과 더불어 회계학과 교수이며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들이라 책의 내용이 매우 현장감이 뛰어나서 신뢰감이 간다.

  기업의 고질병이라는 분식회계가 우리경제에 끼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어떠한 방법으로든 분식회계를 근절시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새롭게 정부나 기업을 신뢰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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