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들은 이력서 하나 제대로 못 쓰면서 면접위원이 꺼리는 태도로 무장한 취업 준비자들이 꽤 많다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자신은 안 그런 줄 안다는 것.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강의를 해 봐야 매 번 지적하는 것 또 틀리는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1:1 맞춤 취업 교육이 등장했다.

  북제주군 애월읍 휘트니스 타운에서 지난 4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 친환경 해양산업 뉴프론티어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의 실전 취업캠프. 처음 시행한 작년에도 참가 희망자가 많았으나 올 해는 입소문까지 나 희망자가 몰리는 바람에 일찌감치 신청을 마감해 버렸다는 담당자의 설명이 있었다.

  작년 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취업캠프는 좀 더 집중적인 교육을 위해 37명으로 인원을 줄여 실시됐다.

  취업캠프는 컨설턴트들이 이력서를 쓰는 작업부터 자기소개서 및 입사지원서류 작성법, 이미지 메이킹 및 예절 교육, 면접 답변법 및 면접클리닉, 실전면접까지 1:1 지도로 진행한 맞춤취업교육이다.

  2003년도부터 생겨난 취업캠프는 올해 특히 많은 회사가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연수원에서 강의하는 것에 그치던 예전의 취업캠프에서 진화돼, 클리닉을 위주로 면접이면 면접, 이미지면 이미지 등에 초점을 맞춘 특화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 이어 누리사업단의 취업캠프를 전담한 리쿠르트 측에 따르면 이번달에만 11개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취업캠프의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날 취업캠프에 참가한 김향혜(토목환경 4)학생은 ‘취업과 직업의 세계’라는 과목을 듣고 있는데, 가르쳐 주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캠프에서는 1:1로 이력서 면담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2005년 떠오르는 취업 특화 상품, 말로만 듣던‘취업캠프’의 효과가 어느정도일지, 해양대 누리사업단 취업캠프가 열리는 휘트니스 타운으로 찾아가 보았다.

  # 사회생활의 첫걸음
  평소 안 입던 정장을 차려 입어서 그런가.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출발한 취업캠프의 첫 프로그램은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 바로 ‘조직과 팀워크의 이해’를 갖추기 위해 벌이는 팀 대항 게임이다. 참가자들이 서로 질세라 경기에 열정적으로 임하면서 썰렁한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약속이 주어지는데 그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갈립니다” 강사의 서론이 매우 거창하다. “여러분들은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까?” 강사의 질문에 팀원들 모두 자신있게 대답한다. 이윽고 문제지가 나눠지고 지문을 이행한 팀이 3팀만 나오면 종료하겠다는 다짐을 준다. 이때 강사의 의미심장한 한마디. “약속을 지키십시오, 약속을!”

  1) 모두 읽기 전에는 하지 마십시오.
성격 급한 어느 팀, “넌 1·2·3번 해, 난 4·5·6번 할께” 일단 번호부터 나누고 본다. 부지런히 하라는 대로 하던 팀원들. 그런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16) 만일 이곳까지 약속을 잘 지키셨다면 1번과 2번만 해결해 제출 하십시오. 완벽하게 제출한 팀은 다섯 팀 중 두 팀 뿐이다.

  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생활은 대인관계 속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어떠한 말을 전했을 때 신입사원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들리는 대로만 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팀원들은 여기서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약속’은 시간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말을 이해하면서 행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 자기소개서 실전작성하기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전원이 완벽하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잠을 자러 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팀원들은 비장하게 펜을 든다.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막힌다. “이력서에 ‘재학 중’이라고 쓰는 게 어딨어요? 아르바이트 할 게 아니면 졸업 예정이라고 써야죠” 이렇게 간단한 데서부터 틀리다니 참 큰일이다.

  지방대생이라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면접 들러리였다 하지 말고 기본적인 것 하나부터 지키라는 강사의 말이 그야말로 공감가는 부분이다.

  상당히 고민하는 표정으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이성재(해양생산과학 3) 학생. “3번이나 이력서를 내봤지만 매번 면접까진 가 보지 못했어요.”

  여기서 취업캠프의 좋은 점, 이력서가 완벽해질 때까지라면 밤이 깊어지건 말건 몇 번이고 고쳐 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취업캠프에서 완벽한 이력서 한 장은 분명히 얻고 돌아갈 것이다.

  “야~너 자격증 되게 많이 땄구나?” 취업캠프를 실시하는 또 한 가지 이유다.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이력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 하는 것. 이날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력,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시공 감리? 시공에 대한 감리? 잘못 쓰면 안 되는데…” 정식으로 처음 써보는 이력서에 사실대로만 쓰면 된다는 데도 말이 막힌다. 평소 안 쓰던 말을 쓰려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글 쓰는 데 자신이 없어서기도 하다.

  “4번 고쳤어요. 근데 또 검사 받아 야 되요.” 강사 선생님은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취업땐 오·탈자 하나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후 7시 반에 시작해서 9시 반에 마치는 것으로 예정됐던 이력서 작성은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어떤 대학은 새벽 두 시까지도 했다고 하니 그리 늦은 편도 아니라고 한다.

  문지원(토목환경공학전공 4) 학생은 12시 반까지 남아 이력서를 작성했다. “주관적인 경험을 면접관에게 객관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어려워서 늦게까지 남았어요. 학생 수가 적은 데다 워낙 꼼꼼하게 지도해 주셔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 이미지메이킹

  “위스키~” 두 손으로 입꼬리의 근육이 풀리도록 세게 문지르며 미소짓는 연습이다. 그냥 웃어보라니까 표정이 다들 말이 아니기에 강사가 주문한 행동이다.

  이번엔 한명씩 나와서 인사를 해 본다. 어색하게 인사하는 팀원의 모습에 다들 박장대소한다. 심하게 웃던 한 팀원, 본인 차례가 되자 역시 어색하게 인사하다 말고 본인이 알아서 나간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 인사. 김명균(토목환경 3) 학생은 “인사를 가볍게 장난치면서만 했지, 격식을 갖춰서 인사하는 게 처음이라 어색했어요. 앞으로 연습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시간, 참가자들은 대기자세와 인사자세부터 앉는 자세, 대화 중 자세, 마무리자세까지 꼼꼼히 익혔다.

  # 면접 클리닉
  제주도의 자랑은 뭐가 있어요? “아름다운 경치요” 제주대학교의 자랑은 뭐지요? “넓은 캠퍼스요” 그럼 본인의 자랑은 뭐가 있어요? “…” 답답하다. 왜 그럴까?

  제주도, 제주대의 자랑은 많이 들어왔던 거라 쉽게 말할 수 있는데 말해본 적 없는 본인의 자랑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는 강사의 설명. 참가자들은 면접에 나올만한 질문이면서도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의 답변을 되새겼다. “잠시 후 면접을 진행하게 될 실제 인사담당자에게 제주대학교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 만 하루의 훈련은 모두 이것을 위한 것, 실전면접

  취업캠프의 하이라이트, 면접이 시작되자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아무리 잘해도 채용되지 않는 모의면접이건만, 연습이고 실전이고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누가 뭘 잘 하나 잘 못하나 관찰하느라 더 그런가 보다. 숨 한번 크게 쉬고 면접관 앞으로 가 전에배운대로 인사하는 참가자에게 긴장한 36쌍의 눈동자가 향한다.

  “안녕하십니까! 참! 가! 자!입니다” 배운 대로 또렷하게 인사하는 참가자를 보며 만 하루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보람을 느끼는지, 강사 선생님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그러지 말라니깐’이라고 추측되는 아련한 강사선생님의 입모양. 자신 없어 보이니까 절대 하지 말라던 “아.. 저.. 음..”을 연발하는 참가자가 안타까운가 보다.

  면접이 모두 끝나자 면접평이 이어졌다. 이력서는 자필로 쓰다보니 글씨가 엉망이었지만 내용은 좋았으며, 취업이 임박했음에도 이렇다할 이력이 없는 참가자들은 스펙 개발에 좀 더 노력하길 바란다는 내용 등이다.

  정준철(해양생산과학 3)학생은 “막연하게 생각하던 취업이었는데 앞으로 어떤 것을 중점으로 준비를 해야 될지 알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취업캠프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참가자들은 완성된 이력서와 면접 경험을 얻었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확신이 선 밝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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