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에 떨어지는 가을낙엽처럼 대학가는 쓸쓸하다.’

  1970년대 한 신문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신독재시대에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대학가에는 축제의 낭만도 대학가의 활기도 없었다는 것을 촌철살인 같은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2005년 11월.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가을낙엽처럼 대학가는 쓸쓸하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대학가지만 쓸쓸함만은 그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요즘 대학가에는 활기도 사색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 싸우는 무수히 많은 대학생들. 취업이라는 차가운 장막이 대학생의 활기와 낭만을 빼앗은 듯 해 씁쓸하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사고와 사색을 즐기며 열띤 논쟁을 하고, 대학생의 시각으로 세상을 논하며 때론 혼자 책 속에 파묻혀 볼 일이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첫째도 취업, 둘째도 취업, 셋째도 취업이란다. 이미 요즘 대학생들에게 현상에 대한 사고와 사색은 사치일 뿐이다.

  언제부터 대학이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는 곳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취업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까지 포기하면서 취업에 매달리는 것은 20대 청춘들의 막대한 손실이 아닐까.

  지난 18일에는 서귀포에서 ‘북스타트’ 운동을 하는 최연미씨가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취업 문 앞에서 끙끙 앓는 대학생들이 안쓰러웠는지 여유를 갖고 책을 읽기를 권했다. 대학생들에게 취업을 향한 메마른 지성인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지적 자양분이 채워져 있을 때에는 그런 불안함이 없다. 돈이 없어도 미래가 보장돼 있지 않을지라도 지적 수준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두려움으로부터 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그런 대학생이 돼야 하지 않을까.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대학생이기에 넘치는 패기를 감추지 말아야 하며 역사적인 일에 참여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어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이었다. 엊그제가 2005년의 시작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한 해의 마무리 단계에 서있다.

  청춘은 짧다. 대학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우리만의 특권을 스스로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양호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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