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이면서 취업시즌의 막바지로 접어든 시점이다. 제주대에서 바라다보는 한라산의 가을풍경이 몹시도 아름답고 주위에서 보는 황금 빛 감귤의 모습도 풍성함을 더해 주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제주대는 취업률 저조의 문제로 매스컴으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물론 제주도 취업시장의 절대적 협소와 도내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특수한 요인을 간과한 취업률 통계의 해석과 시점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제주의 현실 속에서 취업률의 문제는 대학구성원 모두가 심각히 고민하며 새로운 전기와 방안을 마련해야 함을 예고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매년 대학간에 대학공시제도를 통해 취업률은 공개될 터인데 계속 제주대가 저조한 취업률을 보인다면 그 속사정과 제주의 현실은 어찌하든 외부에서는 어찌 볼 것인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제주대의 취업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학교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로 고민하며 대비하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점검하여 정책을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취업률 저조의 요인으로 계속 외부 환경 아니면 취업준비생 탓만 할 것인가.

  취업준비생들도 외부로 나가려는 적극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레드오션중의 레드오션인 제주도내의 몇 안돼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실력을 배양하여 외부로 나가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물론 고향이니까 살기가 좋아서 제주도에서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하는 것은 말릴 수 없지만 넓은 세계로 향해 나가는 진취적인 모습도 젊은이들이 갖는 특징이기에 글로벌 의식을 함양토록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취업에 있어서 취업관련 프로그램과 조직의 문제 지역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취업률 저하의 요인이라 할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데도 제주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전공분야의 교육은 제주대의 유능한 교수님들을 통해 훌륭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공을 아무리 심도 있게 강의하고 배우고 전공분야의 실력을 쌓았다 해도 취업전선에서 첫 번째 관문인 외국어 특히 영어가 안 되는 경우 방법이 없는 것으로 이점은 학과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의 정책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대학에서는 외국어 특히 영어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지만 실천적 전략을 제공하는 데는 부족하다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취업으로 인해 분주히 움직이는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교수님들이 애쓰시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지만 공인된 영어 성적 등의 미비로 인해 기회를 놓치는 모습은 앞으로 제주대의 교육개혁에서 우선 순위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전공분야에서 많은 실력을 쌓아도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를 갖추지 않고서는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게 된다.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학과에서 아무리 학생들에게 하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 학교차원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육지부 대학에서는 주위에 여러 대학들이 있어 서로 경쟁하며 나가지만 제주대의 경우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계속 내 맡겨 둔다면 갈수록 대학간에 English divide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취업을 방해하는 큰 걸림돌로서 계속 앞을 가로 막고 있을 것이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졸업인증제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강제적 학사운영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인정기준이야 학과 또는 단과대에서 정하더라도 반드시 공인된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인증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길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 이 제도를 대학 전체에서 실시해 나간다면 2∼3년 내에 학생들의 외국어성적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취업전선에 과감히 뛰어들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결국은 제주대의 존재이유와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있어 외국어 중에서도 영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이나 공사의 공채에서도 일정 이상의 점수로 증빙된 영어실력은 필수적이기에 영어실력을 인증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회가 주어져도 그것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을 때 겪을 취업준비생의 상실감과 좌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는 학교구성원 모두가 심각히 되돌아보고 대학 차원에서 먼저 현재의 학생들을 경쟁력을 갖춘 고급인재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교육목표와 비전이 필요하다.

  제주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취업시장에서의 상품인 고급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비전과 교육철학과 실천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4년 동안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싫든 좋든 취업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어는 억지로라도 실력을 쌓도록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제도와 룰이라는 타의에 의해서라도 외국어와 전공분야의 실력을 쌓고 나가게끔 하는 것이 학교의 책임과 의무일 것이다. 젊은 날의 4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기로서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또 잘 보내게끔 하는 것은 학생과 대학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제주대의 교육과정에 개방형 교과목이 도입되어 학과에서는 자유롭게 맞춤형 교육이나 사회에서 요구되는 교과목을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외국어 분야에서도 실력을 쌓게끔 좀 더 강화하고 이번에 총장취임과 더불어 마련된 우리대학의 글로벌 혁신 정책 실천 로드맵을 토대로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실천 각론적인 정책과 제도로써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운동선수든 강한 군대든 강한 훈련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처럼 우수인재도 심도 있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에 살고 교육에 죽는다. 교육이 살아나면 결국 대학의 전분야가 살아 연구능력의 신장과 더불어 성장해 나갈 것이고 교육이 죽는다면 대학의 존재이유가 부정되는 것이다. 교육의 효과는 당장 취업률에서 나타난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면 하루 속히 궤도수정을 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