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은 경쟁력확보를 통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가백년의 대계’라는 교육이 시장논리 혹은 경제마인드에 의하여 지배되고, 시장이 요구하는 수요에만 매달림으로써 특정 전공 쏠림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수학생 유치와 교수의 연구력 향상,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교육이 대학의 생존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에 그것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없는 작금의 현실이라 할 것이다.

  우리대학도 이러한 생존전략에 있어 예외는 아니다. 대학 간 경쟁력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지난 1년간 우리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새 총장이 취임하여 ABC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기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해 왔다. 국제교류센터, 직업능력개발원, 경영사업단을 설치하여 국제화, 취업, 수익사업 등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이루어졌고 교과과정 개편을 통한 학문영역의 수월성과 경쟁력의 제고, ‘자랑스런 제대인’을 선정하여 제대인들에게 자랑과 긍지를 심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정도만으로 경쟁력은 확보되지 않는다. ‘수도권중심 교육’이라는 근본적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경제적 논리에 의한 국립대학 법인화의 카드가 적용되어야 하는 상황은 지방대학으로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머지않아 시행될 ‘로스쿨’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지방대학의 불리함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의사결정구조와 경영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산학연계의 활성화, 특성화다운 특성화가 총장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로스쿨’유치를 위한 관·학협력체계의 극대화, 대학의 대표적 심의기구인 평의회의 역할과 기능강화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실천, 적재적소의 인력배치, 불필요한 예산억제 등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라고 하겠다. 나아가서 호주의 명문대학 빅토리아주의 모나시대학의 STRIP과 같은 과학기술 클러스트를 주도하는 산학연계의 활성화, 관광, 아열대생물, 해양으로 고정된 특성화의 재고 등 모든 방면에 걸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업과정을 세심하게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경쟁력강화 측면에서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수정하여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대학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시켜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총체적 로드맵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제주의 장점을 살린 특성화를 통하여 그 자체를 세계적 경쟁력으로 부상하게 만든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는 예로부터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육지부와는 다른 차원의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제주의 문화는 연구할 가치가 대단히 많고 또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연구가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문화적 영역을 CT(Culture Technology)와 연결시켜 특성화의 한 축으로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실은 냉엄하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 우리를 도울 뿐이다.

  이것은 우리가 비판하고 있는 시장원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기도 하다. 한발 앞선 미래지향적 시각과 글로벌 스탠드에 맞춰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고와 훈련이 우리대학에도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인식과 훈련이야말로 시장원리를 경쟁력 있게 주도하면서 동시에 시장원리를 극복하여 대학의 미래를 창출하는, 그리하여 지식과 학문공동체로서 원래 대학의 기능까지도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병술년 올해는 지방의 한 작은 대학이 아닌 탄탄하고 내실있는, 그리고 세계를 향하여서도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굵직한 한 해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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