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이 지난 학생회관이 아직도 ‘신관’으로 불리고 있다.

  1993년 8월 신축돼, 당시 새로 지었다고 해서 신관으로 불리던 것이 지금까지도 신관으로 불리고 있어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실정이다.

  특히 학생회관은 1980년대 총학생회가 통일을 염원하며 ‘백두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현 총학생회까지도 신관으로 부르고 있어 학생들도 덩달아 신관으로 부르고 있어 문제다. 더욱이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신관이라고 해야 안다는 이유로 신관으로 쓰기 때문에 구성원 전체적인 인식전환과 건물에 대한 ‘바른 이름 쓰기’ 캠페인을 주창해야할 판이다.

  요즘 신입생 입학 철을 맞아 수많은 신입생들이 학교에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기에 ‘백두관’이라는 이름을 홍보해도 모자랄 판에 떡하니 ‘신관’이라고 명명해 놓아서 신입생들까지 계속 ‘신관’으로 이름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렇게 굳어진 것이 10여년이고 이렇게 수십 년 가게 된다면 ‘백두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당시 학생회나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얼마 전 학교 측에서 캠퍼스 환경조성사업을 하는 일환으로 ‘대학건물에 이름을 붙여주자’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단순히 무슨 대학 몇 동이 아니라 건물마다 그 건물 특색에 맞는 이름을 붙여줘 특성화하자는 취지였다. 예컨대 공과대학 C동 혹은 공과대학 3호관으로 불리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건물에 이름을 짓기 전에 기존에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지켜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백두관 앞 공터인 한라터나 사슴상 옆의 옴팡밭 등은 구성원들 누구나 많이 쓰고 잘 알고 있어 다행이다.

  그렇지만 학생 기숙사를 ‘백록사’로 아는 학생은 드물며, 제주대 정문에서 동쪽으로 들어서는 길을 ‘다람쥐 길’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는 이도 별로 없다.

  결국 이름을 지어준다 해도 불러주지 않는 다면 의미가 없게 되며, 그 이름을 불러주면서 구성원간에 통용이 돼야 앞으로 다른 건물에 이름을 짓는다 해도 신중을 기해 짓게 될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결국 우리가 건물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때 그 건물은 어디에나 있는 건물이 되지만 이름을 불러줬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생기고, 우리 구성원들 자신도 건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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