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봄에 취해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밤거리 위에 대학생들이 있다.

  이맘때가 되면 환영회나 뒤풀이로 잦은 술자리를 갖게 되고 시청 대학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새내기들은 처음 접해보는 대학 술 문화에 권하는 한잔 술이 어느덧 한 두병, 대학에서 꽤나 ‘짬밥’이 있다는 고학년들도 오랜만에 만난 벗과 한두 잔 부딪치니 새벽이 밝아온다.

  이쯤 되면 내가 술을 마셨는지 술이 나를 마셨는지 모를 정도로 잔뜩 취한 대학생들이 시청거리를 가득 매운다.

  대학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은 술. 대학문화의 꽃이라는 동아리에도 ‘술’자를 붙여 개명하니 그야말로 대학가는 주류(酒類)문화가 주류(主流)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술 소비량이 많은 한국 사람들. 그리고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대학생들의 생활패턴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대학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 술값으로 나가는 돈만해도 1인당 10만원 가까이 된다. 술값 3만원에는 인심을 후하게 쓰고, 책값 1만원에 인색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대학생으로서의 참 의미가 거꾸로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내 서점에서 나가는 책의 대부분이 일반서적이나 주간잡지 보다는 교재다. 그만큼 책을 사서 읽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교재는 단체로 재본을 뜨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학내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생 때야 말로 다양한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며 배워나가야 하지만 그 시간을 술독에 빠져 지낸 다는 것은 대학생활의 큰 손실이다. 물론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좋은 자리를 갖고 좋은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또래끼리 모여 음담패설로 얼룩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적당히 마시기보다는 지나치게 술을 권하며 자신의 주량 수위를 넘어서 ‘오버’하는 경우가 많다. ‘먹고 죽자’는 식의 술 문화가 변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술자리는 유익하거나 즐거울 수가 없다.

  주류(酒類)문화가 대학문화의 주류(主流)문화로 자리 잡을 수는 없다. 이런 소비패턴을 반영하듯 시청 대학로에는 술집이외의 문화공간이 거의 없다. 그리고 술 문화의 악순환은 대학사회의 메마른 지식기반을 더욱 고갈시키고 있다.

  대학생들이 주도해 대학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술이 주가 되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공연문화나 토론문화 등 우리가 앞장서서 만들어야지 않겠는가. 시청 대학로에 공연장 하나 없고 토론 공간 하나 없는 것이 어디 대학로란 말인가.

  진정으로 대학생들이 추구해야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바꿔나가야 만이 제주대학생들에게도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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