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 기획연재 <오사카편>
 1. 재일제주인의 도일 역사
 2. 한인 타운 속 제주
 3. 재일제주인의 관혼상제
 4. 재일제주인 3·4세대
 5. 제주대와 재일제주인
 6. 재일본제주인센터
 7. 재일제주인의 사회
 8. 재일제주인 삶의 명암
 9. 제주도에 남아 있는 재일제주인의 흔적
 10. 재일제주인의 미래

▶ 지난달 13일 본관 회의실에서 관서제주도청년회 도서기증식이 열렸다.

제주도의 거점 국립대 제주대, 일만 아라인들이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 모인 아라 캠퍼스에는 재일제주인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있다. 순탄치 못한 일본 생활 속에서도 고향 ‘제주’를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온 그들. ‘추억이 있는 제주’, ‘나의 뿌리가 있는 제주’. 그 제주를 가슴에 담아둔 죄 때문에 제주의 발전을 위해 손을 내밀었고 그 손길은 제주대에도 미쳤다.

청봉 故이근식 박사는 청봉 장학금과 청봉학술연구기금 등 약 20억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으며 효천 故강충남 박사는 효천 장학금과 학술연구기금 약 10억원을 기부했다. 관서청년회(회장 고동림)는 1971년부터 시작한 ‘책보내기 운동’을 지금까지 전개해 약 7000만원(692만 8502엔)을 기부했고, 4815권의 도서를 기증했다.

▶ 청봉 이근식 선생                                                    ▶ 효천 강충남 선생

뿐만 아니라 국제교류센터, 도서관, 해양연구소, 재일제주인센터 등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의 손길을 찾을 수 있다. 이 지속적인 온정은 지금의 제주대를 밑받침해 왔다.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모은 돈을 제주대에 보내온 재일제주인들. 그들은 제주대와 학생들의 발전을 기대하고 기금을 보내면서 제주대에 바라는 점을 내비쳤다. 재일제주인 1세대들이 세상을 뜨면서 제주도와 재일제주인들의 교류가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향을 찾고 싶지만 친척들과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조선학교 출신이 아니면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제주에 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교류의 끈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재일제주인들은 제주대가 이 끈을 튼튼하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1·2세대와 3·4세대가 느끼는 고향 제주도의 온도차가 큰 만큼 이를 줄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용권(오사카대한민국민단회장)씨는 “제주대 학생들이 일본에 와서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일제주인들과 생활하면서 일본어도 배우고 교포들과 교감을 나눴으면 한다”며 “이러한 인적교류의 역할을 제주대가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대 학생들이 일본에 와 재일제주인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재일제주인들이 제주대에 오는 방법뿐만 아니라 제주대 학생들이 일본에 가서 직접 접촉하는 것도 하나의 교류 방법일 것이다.

또한 매년 재일제주인들이 제주대를 방문하고 있으나 학생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다. 행사에 맞춰 시간을 보낸 후 제주대를 떠나거나 학교측 관계자와 접촉할 뿐이다.

박재강(관서청년회 부회장)씨는 “도서 기증식으로 제주대를 방문하지만 체류시간이 적어 제대로 학교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며 “학생들과의 교류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접촉이 있음에도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더 크다. 학생들이 재일제주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대는 재일제주인과의 교류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재일제주인들은 의과대에 높은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제주대를 방문한 오윤관(제주도연구회)씨는 “제주도라는 작은 섬에 잘 갖춰진 제주대가 있고 그 속에 의과대도 있다”며 함께 온 일본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지난 9월 21일 제주대에서 강연한 신재경(교토창성대) 교수는 “관서지방 의과대학 중 정원 약 10%가 재일교포”라고 말하며 의사가 재일제주인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임을 밝혔다. 차별이 심했던 일본 생활에서 차별 받지 않는 직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일제주인들은 제주대에 의과대와 대학병원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발전을 소망하고 있다. 효천 강충남씨와 (주)일본장강상사 회장 장윤종씨는 각각 3억원과 2억원의 기금을 의과대 발전을 위해 기탁한 바 있다.

박신사(재일본 병원원장)씨는 “의과대 학생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싶다”며 “제주대 의과대와 제주대학 병원을 견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도와 재일제주인 젊은 세대들의 교류를 강조하며 그 역할을 제주대가 중점적으로 만들어 가길 바랬다.

재일제주인들이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의과대 홍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일제주인들은 제주대를 지켜보고 있다. 관심을 가지면서 지원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교류도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대는 재일제주인들의 손길과 관심에 보답하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말 뿐인 보답이 아닌 직접적인 보답을 통해 제주대가 받아온 따뜻한 손길을 되돌려 주고자 하는 것이다. 제주대는 재일본제주인센터를 설립해 재일제주인의 이민사와 개척사의 자료를 전시하고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3·4세대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일제주인들과의 끈을 잇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제주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제주대를 재일제주인들에게 알리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6개월간 제주대 단기어학연수 과정을 거친 고남희(23·대학생)씨는 “주위에 친구들을 보면 서울에는 서울대, 제주도에는 제주대가 가장 유명하다는 것은 알지만 별로 관심은 없다”고 말했다.

재일제주인 3·4세대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제주대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3·4세대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라 하겠다.

장학제도, 학비문제, 거주지, 취직 등 많은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돼야 하는데, 제주도와 떨어진 재일제주인들에게 정보 수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대가 먼저 신문과 광고 매체를 통해 재일제주인 3·4세대뿐만 아니라 부모세대들에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받기만한 제주대가 지금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재일제주인들의 작은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제주대에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역할을 다 했을 때 재일제주인들과의 교류의 끈이 다시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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