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경영 3)

머나먼 이국땅으로 여행한다는 부푼 설렘을 갖고 12월 20일, 열흘간의 생활용품이 든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태국이라는 낯선 나라가 무섭기도 했고, 앞으로의 10박 11일간 어떠한 하루하루가 내 눈앞에 펼쳐질지 궁금했다. 또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일행들과의 일상도 한껏 기대됐다.

약 5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동안 드디어 우리는 태국이라는 무더운 나라에 도착했다. 차가웠던 한국에서 옷을 동동 껴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들, 하지만 우리가 내린 곳은 여름밤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또 일상생활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이상하고 빠른 대화가 내 기분을 술렁거리고 낯설게 만들었다.

우선 우리가 그곳에 도착해 바뀌어야 할 것은 옷차림이었다. 가벼운 여름옷으로 갈아입고서 이제 열흘간의 여행을 차근차근 시작했다.

한국보다 2시간이 느린 태국에서 시계를 두 시간 늦추고 한 이틀간 시차적응을 해나갔다. 방콕, 치앙마이, 마지막으로 태국에서 버스로 12시간이 걸리는 캄보디아의 씨엠리엡의 여러 일상을 접해보며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완전한 시차적응에 성공했다. 이번 여행은 마냥어린 즐거움을 주진 못했다. 대신에 타지에서의 경험, 많은 종류의 사람들, 이제까지 겪어 볼 수 없었던 낯선 기분을 뚫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적응해 나가는 내면의 성숙함을 맛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을 얻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곳 사람들의 생활이다. 한국에서 보내는 일상생활의 자잘한 걱정들은 태국과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에선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심하게 비추는 태양빛 아래서 아주 작은 아기가 자기보다 더 작은 아기를 낑낑 업고 나를 보며 돈을 달라고 쫓아오는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어린아이가 내가 한국인 이라는 걸 어찌 알고서 “언니 이쁘다, 아줌마 1달러만” 이라는 말들을 엄마보다 더 일찍 내뱉는지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다. 또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깊은 산 속 고산족 마을에서의 하룻밤은 더 새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그들은 형광등 대신에 깊은 밤의 밝은 별들을 당연시 여기고 컴퓨터 게임 대신에 구슬치기를 즐겁게 여기며 수돗물 대신에 강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여행의 취지와는 약간 다른 교훈을 얻긴 했지만 이번 여행은 내 생에 있어서 아주 값진 시간들이었고 나의 일상생활의 잘못된 점을 느끼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여행이었다.

이곳 한국에 돌아와 나의 카메라에 담긴 그곳의 느낌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며, 꿈처럼 여겨지는 열흘간의 여정을 통해 얻은 나의 소중한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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