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 연구관’ 하면 조금 생소합니다.
“원래는 법제처에서 법제심의관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올 8월까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연구관으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배당된 사건별로 법적 검토를 거쳐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데요, 재판관들의 법무를 보좌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회 법사위에서도 2년간 파견근무를 했었습니다. 여러 부처에서 근무하다 보니 대략이나마 국정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는데요, 후에 법제처로 돌아가 법령 심사할 때 이러한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제주에는 가끔 오십니까. 예전과 많이 달라졌죠? 어떠세요.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집안행사가 있어 제주를 찾게 되는데, 빠르게 바뀌어 가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도내에서는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의견의 차이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법제처에 근무하면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이라던가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요, 변화에 너무 두려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개발에 대한 지나친 우려나 부정적인 시각은 오히려 건전한 발전에 저해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발전방향은 당연한 거죠.
마구잡이식 개발로 제주도의 생태계를 훼손한다던가 자연 풍광을 헤치는 것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고픈 막걸리 추억…대학은 작은 공동체>
▲ 77학번이시죠. 대학생활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집안 사정으로 1년 늦게 입학해야 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행정고시’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지만, 운이 좋아서 그런지 대학 3학년 때 고시에 합격하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좋을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용담 캠퍼스 시절이었는데,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 않을 때여서 학교가 마치 작은 공동체 같았습니다. 교수님들이 아버님같고 큰 형님 같았어요. 동기들과도 다 형제처럼 우애가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가끔 교수님들이 오셔서 막걸리를 사주시는데, 그때 먹었던 돼지고기 김치찌게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때 그 정겨운 기억들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
▲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사실 입학하면서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대학생활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게 아직도 많이 아쉽습니다. 대학 4년의 시간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순수한 인생의 경험을 쌓는데는 더없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감도 생기고 훗날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사회로 나오게 되면, 대학시절의 소중했던 추억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될겁니다”

<“노력하면 안될 것 없다”는 자신감 중요>
▲ 행정고시를 비롯해서 여러 공직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수험 비법이라도….
“일단 학교 수업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강의도 열심히 들었어요. 사실 뭐 특별한 비법이랄 게 있겠습니까. 꼼꼼하게 책 읽고 정리하고 그게 전부였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공부해서 안 되리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 1, 2년 늦을 수는 있지만 내가 노력해서 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확실했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오직 시험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운도 따랐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절대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 같습니다”

“진로를 분명히 해서 확실한 목표점을 두는 게 중요하겠죠.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목표지점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겁니다. 대학 4년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 아니겠어요?”

▲ 사실 후배인 저희들이 보기에는 선배들이 이뤄놓은 현재의 결과물밖에는 그 이면의 고통이나 인고의 시간들은 놓치기 쉬운데요. 지방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공직사회는 지연이나 학연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제가 몸담고 있는 법제처의 경우는 조직 규모가 비교적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속 인원들에 대한 평가가 이미 객관적으로 돼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능력평가에서 인격적인 면까지 파악돼 있는 거죠. 당연 인사에 있어서도 공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 취업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학력이나 지역이 아닌 자기 자신의 전문성이죠.
그리고 사회생활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이냐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신뢰를 돈독히 해야죠. 사실 ‘누구를 아느냐’ 하는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 대학이 대내외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9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열대, 관광, 해양 부문을 특성화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에 있습니다.
“동감입니다. 우리 대학도 이제 특성있는 학과를 자체 개발하고 육성해서 집중적으로 키워나가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전체의 인지도는 자연히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 주신 다면요.
“올 가을 학기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사실 사회생활 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스스로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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