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취업이 날로 어려워지고있다고 난리다.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는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하는것도 옛말이 됐고 안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어 대학가의 학생들은 공무원이라는 획일화된 진로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사에서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획일화되는 진로의 다양성을 찾고자 각 단과대별로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호에서는 최근 포스텍(옛 포항공대)을 수석 졸업하고도 서울대 의대로 편입한 학생의 사례를 계기로 우리 공과대학의 학생들은 취업과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론중심 교육 산업사회 요구 못 따라가 

  강지훈(건축공학3)  송희숙(생명화학공학3)  강보민(전자공학4)  고혁연(통신공학3)

이공계열 현실 '빨간불'

보민: 예전의 7~80년대의 대학과 기업들 관계가 대학에서 연구를 한 것을 기업에서 얻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으로 기업의 자체기술개발로 대학과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전공을 배운다 하더라도 기업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물론 우리대학의 경우도 산학 연계를 하면서 지식을 습득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은 많이 부족하다.

혁연: 최근 들어 산학협력이 강조되면서 외부기업의 학내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기업체의 수는 많지 않지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업체가 요구하는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공과 영어를 두루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데 우리 공대의 경우 전공과 영어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영어에 중점을 두고 다른 분야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지훈: 건축과 같은 경우 학교에서 이론적인 것과 실무적인 것을 배우는데 실무적인 것보다는 이론적인 것들이 더 많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 나가면 건축학이라는 전공지식의 적용 보다는 현장실무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게다가 제주도내 건설업체는 근무요건, 복지, 수당도 열악하다. 학업에 대한 이질감과 근무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선배들도 건축 말고도 다른 분야를 생각해 두라고 조언하는 것이 현실이다.

희숙: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공대는 타 단과대에 비해 취업을 하거나 진로를 설정하는데 기회가 더 많다고 본다. 공학지식의 향상은 전문 영역의 확장으로 타 분야와 차별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가지 진로에 공통이 되는 부분을 공부하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오히려 자유롭다.

전공을 살리는 것은 옛말

혁연: 공과대학 같은 경우는 공학을 배우는데 인문분야나 타 분야보다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되다 보니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는 사람도 드물고 심화적인 공부를 하기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 교직, 방송국, 공사 등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진로 설정에 있어 전공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희숙: 학생들의 수준도 하향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공계열에 필요한 기초학력 같은 부분을 고등학교 때 공부하고 입학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점점 공과대로 진학하는 학생 수준이 내려간다면 이공계열로 진로를 택하기 보다는 타분야로 진출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훈: 수도권과 제주도를 비교했을 때 제주도는 취업에 대한 체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서울 노량진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학업에 전념하고 몰두한다. 그리고 정보를 습득하는 데서도 지리상의 문제로 제주 같은 경우 시간이 지연될 수 있는데 취업은 정보전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집적 나서서 알아보려고 해야 한다. 노력이 중요한 관건이다.

전공을 살리는 길 수업의 질 향상

지훈: 수업에 있어 기본기가 되는 예전 지식들을 위주로 학습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현재 새롭게 추가되는 지식들이 간과돼서는 안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배움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수업의 질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 접목으로 학생들을 선도해야 한다.

혁연: 공과대학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타 단과대학의 학생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 등을 구입하는 것들은 열악하다. 소비되는 것들도 보통수준 이하의 것으로 가격을 너무 생각하다 보니 품질이 좋지 못한 것들이 들어와 수업의 원활한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결국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보민: 공과대학 4호관의 신설로 연구실 등의 혜택은 타 단과대학에 비해 좋아졌다. 하지만 연구에 관련된 장비를 구입하거나 외부 사업채 위주로 연구나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 다양한 학생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소수에 국한된 학생들만 이를 활용하게 되는 점은 유감이다. 시설이나 장비도 교수들의 연구에 더 중점적으로 사용된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문제다.

취업, 맞춤형인간으로 준비

보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최대한 빨리 아는 것이 좋다. 진로를 정하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부분들을 미리 준비한다면 결코 취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 맞춤형 인간이 돼야 한다.

지훈: 대학과 각 학과에서는 선·후배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재학생들의 궁금한 부분을 현장에 진출한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면 재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대학생활 고민이 보다 원활하게 풀릴 것이다.

취업의 성공은 곧 '열정'

혁연: 요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 변화나 불안함 보다는 안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나이에 도전이라는 것을 배제한 채 획일화된 직업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희숙: 학생들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결여되어 있는데 이제부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나 보람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데 졸업만 하고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은 문제다. 수업에서도 교수들이 내용을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진취적인 자세로 임해 무엇인가 얻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민: 실업자가 갈수록 많아진다고 떠들면서 현실에서는 너무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자리를 평가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일단 남의 눈을 의식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고 도전해볼만 하다면 과감하게 뛰어드는 열정이 필요하다. 곽성민 특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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