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무엇이 문제인가?   ②인문대학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하는 것도 옛말이 됐다. 안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어 대학가의 학생들은 공무원이라는 획일화된 진로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획일화되는 진로의 다양성을 찾고자 각 단과대별로 학생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지난해 9월 고려대 교수들의 ‘인문학 선언’이후 인문학의 위기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을 계기로 인문대학의 학생들은 인문학의 위기와 맞물려 취업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왼쪽부터 양영진(일어일문3), 김태륜(사학4), 이현정(국어국문3), 한승철(철학4) 

취업, 인문학과는 너무 먼 ‘그대’

현정: 교수들이 ‘선생님이라는 직업만 바라보지 말아’라며 학생들에게 국어국문학 전공으로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다고 말씀 하신다.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순수문학 전공자들이 직업을 선택할 만한 다양한 기업 환경이 제주도에는 없기 때문에 전공을 살리는 진로를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태륜: 요즘 대학은 세분화된 다양한 전공학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 달리 제주도에는 관광서비스 관련 기업체를 제외하고 대학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업이 없어 졸업생들이 취업하기 힘든 실정이다.

교직·복수전공, 선택이 아닌 필수

현정: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한 이상 많은 학생들이 안정적인 교사를 꿈꾸며 교직이수에 도전한다. 하지만 교직이수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복수전공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남학생들의 경우 행정학과를 여학생들의 경우 관광경영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있다.

승철: 어려운 취업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복수전공 및 교직 이수를 하는 편이다. 철학의 경우 특정한 어느 분과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분야로 나아가도 사회, 경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학과 공부를 하다가 주요관심분야가 있으면 복수전공을 한다.

영진: 관광업계로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경우 한 가지 전공을 하는 것 보다 복수전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관광분야로 복수전공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평균학점이 단위전공 보다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한다.

영진: 교수가 ‘일본어만으로는 안 된다’며 ‘영어공부도 틈틈이 하라’고 말씀 하실 정도로 일어일문과 전공에 있어서도 영어는 필수다. 실제로도 3,4학년 학생들은 토익, 일어를 같이 공부하며 취직을 원하는 학생은 전공보다는 토익을 우선으로 공부하는 편이다.

하지만 토익 및 영어회화 강좌가 있는 타 단과대에 비해 인문대의 경우 이와 관련 아무런 강좌가 없다.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성취의욕을 돋구기 위해서라도 학과 또는 단과대학 차원의 외국어 강좌는 꼭 필요하다.

현정: 누리사업으로 다양한 외국어 강좌를 혜택받는 타 단과대 학생들과는 달리 인문대 학생들은 대학에서 외국어 강좌를 접할 기회가 다양하지 않다. 개인별로 학원을 다니거나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학생들끼리의 공부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과대 혹은 학과에서 자체별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외국어 강좌를 신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철: 철학과의 경우 원서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독일어 및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영어는 자체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생 및 대학원 졸업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교수와의 진로상담의 벽

현정: 교수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가끔 취업준비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지만 애정 있고 각별하지 않는 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도움은 힘들다. 교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매년 생기는 4학년들의 진로고민을 상담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연구실을 찾아가는 것은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정기적으로 ‘선배와의 대화’의 자리가 있는데 다양한 직종의 강사 및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영진: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선배인 교수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는 경우는 드물며 교수들이 학생들 개별로 신경써 주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큰 바램 같다. 차라리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요청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응용학문 균형 이뤄져야

태륜: 학과에서 1년에 2번 제주도내 답사를 가고 있지만 취업과 관련된 실습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다. 도외, 해외문화 탐방과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돼 학생들이 좀 더 넓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 또 다양한 재단이나 박물관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영진: 전공을 살려 제주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관광분야 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학 능력이 없어 취직 후 처음에는 비지니스 회화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4학년 교과목에 비지니스 회화 관련 강좌가 있었으면 한다.

또 많은 학생들이 관광계열로 많이 진로를 선택하는 만큼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한다.

현정: 취업을 준비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기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순수학문이란 말 그대로 없으면 안 되는 모든 학문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에 자부심을 갖고 학문에 임하다 보면 교양·지식 면에서 충분히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

승철: 학문의 기초라서 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딜 가서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인문학과가 취업하기 어렵다고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배우다 보면 인문학이 자신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태륜: 가끔 ‘사학과 나와서 뭐 할 것 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에 대한 보편적인 흐름에 대해 딱 잘라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이 취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만 있다면 전공 분야는 중요치 않다고 본다.

또 자기 전공에 대해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학과 공부를 충실히 해야 어떠한 진로를 결정하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전공이 “왜 도움이 안되지?”라는 생각 보다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원지애 특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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