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문을 열면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과 상큼한 새벽공기가 눈과 마음을 밝힌다.
이렇듯 기분 좋은 상념에 잠기려는데 난데없이 <걔걔걔걔....> 하는 시끄런 불협화음이 고막을 더럽힌다. 이른 아침부터 까치가 자기 영역을 넓히려는 잡음이다. 탐라가 열린 이래 제주에 까치가 살았다는 기록이 없는 줄 아는데 언제부턴가 까치라는 놈이 둥지를 틀었다. 내 기억으로는 어느 항공사가 제주에 취항한 기념(?)으로 까치를 들여 온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제주에는 까치가 없었다.
처음으로 까치와 까치 둥지를 육지 부에서 접했을 때만 해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차차 그것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정서로는 까치는 길조이고 까마귀는 흉조로 알려져 있고, 또 그렇게 대접을 해온 게 사실이다. 정서의 차이로 외국, 특히 유럽 쪽은 우리와 정 반대이다. 그 쪽은 까마귀가 길조이고 까치가 흉조이다.
까치를 제주에 들여 와 정착한지 수년이 지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맨 먼저는 전신주에 둥지를 틀어 전력공급을 차단시켜 한국전력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제주도 전역에 걸쳐 서식함으로써 생태계의 불균형 내지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었고, 감귤농가나 단감을 재배하는 농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로운 새이기는커녕 해로운 동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 동안 텃새로 자리잡았던 참새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철새인 제비 또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까치에 의한 생태계 파괴현상은 비단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놈들은 식성이 잡식성이어서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성격 또한 고약하여 다른 놈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거부한다. 자기 울타리를 넘어오는 놈이 있으면 까마귀이건 참새이건 가릴 것 없이 모두 쫓아내며 심지어는 집단행동으로 말똥가리조차도 이들에게 쫓기우는 판이니 더 말할 게 못된다. 다른 종의 새들이 알을 모두 훔쳐 먹어버리는가 하면 그 새끼까지도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생태계 파괴분자로 그들만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든 생물은 식물이건 동물이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그 질서가 깨지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생태계에는 먹이사슬이라는 게 있어서 최하위에서 최상위에 이르는 모든 생물이 그 수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조절이 되게 되어있는 것인데, 까치라는 것이 갑자기 나타나 그 먹이 사슬이 중간에서 끊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어느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우리 자신들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까치의 생태를 미리 알고있었다면 그 놈이 제아무리 길조라 하더라도 제주도에 들여오는 것 자체를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자궤(自潰)에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자칭 생물학을 한다는 사람이 그걸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까치를 볼 때마다 치를 떨게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여러 해가 지나 까치를 모두 잡아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에는 다른 힘없는 작은 새들을 보호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니 그 수를 제한하자는 의견을 내 본다.
좀 소극적인 방법일지는 몰라도, 우선 먹이를 주어 그 놈들을 유도하여 쉽게 먹이를 받아먹도록 유도한 다음, 번식기 동안 먹이에 불임물질을 섞어 투여하면 그 수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까치들은 한 번식기 동안에 네 다섯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그 번식 속도가 급격한 것이므로 한 번식기 동안만 번식을 못 하게 하더라도 그 수는 놀라리만큼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캠퍼스 내에도 까치의 수가 50마리 가까이 될 것이다. 지난겨울 잔디마당에 내려앉은 그 수를 보고 나는 정말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그 수를 증가시키지 않고, 또 사냥시기를 두어 적정한 수를 줄여나간다면 언젠가는 까치가 없는 제주도로 다시 환원될 것이고, 힘이 약한 참새나 다른 새들, 딱새, 동박새, 굴뚝새, 노고지리 (종달새)까지 그 수를 늘리게 되어 그들의 노랫소리를 즐겨 듣게 되지 않을까?
이맘때쯤 뻐꾸기의 사랑이 시작될 시기인데도 금년은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껏 짝을 찾는 뻐꾸기의 사랑 노래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그놈들도 까치에게 수난을 당한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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