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저돌베개. 2005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더불어 산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나 이외의 다른 어떤 것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과 같다. 이 ‘관계’라는 틀로 고전들을 바라보는 책이 바로 신영복씨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다.

흔히들 ‘고전’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을 생각할까. 논어나 장자, 혹은 데카메론, 에밀, 군주론 등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지만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동양고전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근대화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이들을 고리타분한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강의」는 현재의 관점에서 동양고전을 다시 읽으며 이들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횡행하고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당신의 몸값을 높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아침부터 밤까지 학과 공부 외에도 토익이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 고시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동안 사람[人] 둘[二]이 만나 어짊[仁]을 이루는 우리의 전통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가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벗어나 사회와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을 성찰하는, 즉 인성의 고양보다 개인의 존재 조건을 중시하는 근대성을 반성하고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는 문명사적 과제와 연결한 관계론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집약되어 있는 부분이 저자가 ‘인간관계론의 보고’라 칭하는 ‘논어’라고 본다.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에서 ‘동(同)’을 통한 지배와 억압의 논리가 아닌 ‘화(和)’를 통한 공존과 평화의 논리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태도를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결코 멀기만 한 일은 아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은 내용 속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안목을 얻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식을 길러내는 창신(創新)의 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게 되는 것이고 오늘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동시에 내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 아닌 큰 비가 멎고 나면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긴긴 밤도 함께 다가 올 것이다. 찬란히 틔어 올 어느 아침에는 「강의」를 이해한 우리가 또 다른 관계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남미희(도서관 자료관리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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