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매튜 배틀스 지음

도서관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고, 사서는 독자를 읽는다. 사서인 나와 이용자인 학생들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줄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Library : An Unquiet History)』는 어떨까.

숙연해야 할 공간인 도서관이 소란스럽다니. 제목에서부터 어리둥절해할 독자들에게 이 책은 도서관이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기록하는 현장으로서 격동의 역사를 스스로 써 왔으며, 그 안에 소장되어 온 수많은 책과 자료들이 독자들의 간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가 매우 역동적이며 소란스러운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도서관 사서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학과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부터 오늘날 디지털시대의 도서관까지를 아우르는 장대한 서양 도서관의 역사를 해박한 지식과 세밀한 논거들을 제시해가며 굵직한 시간의 흐름과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씨줄날줄 엮듯 다루고 있다.

자칫 도서관이 관심분야가 아닌 독자들이 사서들만의 흥밋거리를 추천하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둔다면, 단호히 말해주리라. 이 책을 읽는 행위는 인문학적 소양을 닦고 싶은 그대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와 ‘도서관이란 무엇인가’라는 두 물음 모두에 답을 주는 흥미진진한 항해가 될 뿐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를 방대한 문화사적 호기심을 무한 충족시켜 줄 것이다.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도서관은 영화「아일랜드(The Island)」나 「가타카(Gattaca)」에서 처럼 적자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나 다름없을 지도 모른다. 스펙 관리와 안정된 직장 선점을 위해 자신의 생체시계를 경쟁하는 수많은 타자들과 맞추어 사는 그들에게 도서관은 생존을 위한 각축장으로서의 의미 외엔 가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 지.

그 안에서 교양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양을 쌓기 위한 서적이나 존재론적인 고민을 위한 자료를 둘러보는 것 따위가 시도만으로도 불온하고 경쟁의 터전 바깥으로 스스로를 밀어내는 일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은 지.

도서관은 본래 전자가 아닌 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새삼 강조한다 해도 살인적인 취업난을 돌파하고 치솟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이들에겐 한낱 사치스런 일탈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마땅할 지도 모를 일.

이런 ‘일탈행위’를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가끔은 취업서적과 고시교재 등을 제쳐두고 삶을 아름답게 형성하는 일에 거름을 주는 책들을 가까이 해보자.

도서관은 그런 이들을 위한 문호를 언제나 개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호기심들을 메워줄 양서들을 넘치도록 갖추고 있지 않은가. 도서관을 그렇게 만나 보자. 그 공간에는 독서의 기쁨이 있고, 독서가 주는 ‘해후’의 기쁨이 있다.

“천국은 필시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 평생 도서관과 깊은 사랑에 빠졌던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의 말이다. 천국 같은 우리 대학 도서관의 ‘소란스러운’ 역사를 함께 써 보자. 이정효 도서관 수서정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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