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처럼 우리들 인간의 삶과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역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앞선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노력을 바탕으로 특정한 역사 상황의 정치, 경제, 문화 조건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란 책을 집어 들었다.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책   『역사란 무엇인가』    이어서 책장 구석에 꼽힌 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을 십    E.H.카 지음               수 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대답은 우리들의 시대적 위치를 반영하며,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우리 자신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더욱 폭넓은 질문에 대한 답변의 한부분을 이루기도 한다.

문득 책을 읽기 전에 나의 기억력을 더음어 봤다. 근데 이 책의 명제인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구만 어렴풋이 기억된다.

E. H. 카는 역사가 단순한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이에 끊임없이 이뤄지는 대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역사는 더 나아가 미래의 전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카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역사가는 과거에 비춰 현재를 보고 현재에 비춰 미래를 내다본다고 한다.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즉 “역사해석은 역사가 자신이 생존하고 있는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는 역사가의 가치에 있다. 역사가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의 객관성’이라기보다 ‘가치의 객관성’이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란 재현시킨 그것이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뿐이다. 문제의 역사적 사실은 아무 데서도 찾을 길이 없다. 할리우드 영화 ‘백투더 퓨처’처럼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적 사실을 직접 볼 수도, 물어보지도 못하는 노릇이다. 이는 곧 모든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순수하게 드러날 수 없다. 현재의 관심과 궁극적으로 유리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역사는 어차피 선택이라는 수단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비록 과거의 사실을 다루고 있으나 역사적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그 역사를 평가하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관을 절대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역사에 대한 해석은 시시각각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의 사실은 결코 순수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나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리 취사 선택되고 해석 평가되기 마련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실 사람들의 한 단면을 보는 것처럼.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밝혀내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된다. 그 역사의 객관성과 인과관계, 역사해석의 입장, 역사적 사실의 현재적, 미래적 의미를 조망하는 게 더욱 값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무엇보다도 역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다. 그만큼 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교양도서인 만큼 신입생들에게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용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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