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7년 3월 2일 파리 로테르담 대성당 정문 앞, 루이 15세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다미엥(Robert F. Damiens)은 유황불로 태우고, 납으로 지지고, 펄펄 끓는 기름을 붓고, 네 마리의 말이 사지를 잡아당겨 절단하고 불태워 없애는 형을 치렀다. 몸통과 팔, 다리간의 질긴 인연의 끈은 칼로 베어 분리가 용이하도록 만들어 말(馬)의 부담을 덜어주기까지 한다. 잔인하게 죽어가는 다미엥을 보면서 관객들은 모세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끔찍함과 국왕에 대한 복종의 다짐을 한다.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번역

시간은 흘러 앙시엥 레짐이 끝나가는 18세기 후반 잔인한 고문과 공개처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권력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법제도의 변화가 필요했다. 최악의 신체적 고통을 주는 대신 보다 정교한 논리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계몽주의적 접근이 시작된 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한 공리주의자 벤담은 원형감옥을 구상했다. 보이지 않는 한 명의 간수(관찰자)가 수 백명을 일시에 감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체제를 구상하고, 정해진 일과표대로 신체의 구속을 단행한다.

신체형에서 감옥형으로의 전환을 이끌어 낸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경제성 때문이다.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원형감옥은 마치 모세혈관처럼 사회전반에 걸친 미시권력지배 전략을 그대로 노정시키고 있다. 탈근대의 담론으로서, 데리다와의 논쟁을 벌이기도 한 푸코는 근대성의 해체, 이성과 진보에 대한 고독한 회의, 서양의 ‘문화적 무의식’을 문제로 현대사회의 사유와 행동의 방식들을 비판하고자 하였다.

그가 보여준 첫 번째 프리즘은 근대성으로 포장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서의 자유의 억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우리의 신체가 규율과 훈련에 길들여져 있을 뿐 아니라 미세한 정보의 그물 속에서 일상의 모든 것이 낱낱이 기록되는 환경에서 인간의 자유와 저항에 대해 고민케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한, 두 번째 프리즘은 그의 방법론적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근대적 질서와 합리성의 해체를 통해 미시적 권력지배의 음흉한 음모를 파헤친 그는 참을 수 없는 현대사회의 소외와 통제를 비판하면서도 현재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다. 1975년 책을 펴내기까지, 푸코는 신체형과 감옥형의 역사적 추적을 위해 수년간 유럽 전역의 감옥과 법원, 도서관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던 자료들을 뒤졌고, 이러한 천착의 결과 페이지마다 그가 보았을 방대한 자료들은 아름다운 각주(脚註)로 남겼다. 역사적 자료의 재해석을 위해 그가 펼쳤던 과거로의 집요한 추적은 오늘날의 상아탑에도 등불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그의 지루한 역사자료읽기는 가슴 벅찬 행간의 예술로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그가 보여준 두 번째 프리즘은 인터넷 자료검색에 길들여진 디지털리즘에 대한 통렬한 카운터펀치이다. 현장과 기록의 직접적 채취가 주는 지적 성과물은 스크린에 잠시 있다 버튼 하나로 사라지는 디지털 지식과는 그 생명력에서 엄청난 차별성을 갖는다.

인간의 자유와 저항정신, 치열한 자료 찾기와 자기 독해가 응집된 것이 바로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었다. 이 글을 위해 읽은 책은,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로서 나남에서 2003년 출간한 오생근 선생님의 번역본임을 밝힌다. 김준호 (산학협력단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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