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제주도 돌의 자연과 인공이 빚어낸 무한한 가치와 아름다움이 ‘재발견’되는 중이다. 가령, 제주도 돌담만 해도 그렇다. 오름과 들에는 산담, 집에는 집담, 골목에는 올래, 바다에는 바당빌레, 고기를 잡는 원담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무덤에도 담을 쌓았다. 돌담을 세우는 장소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돌담이 분화발전을 거듭하여 하나의 완벽한 돌담문화로 정착하였음을 설명해 준다.

이처럼 제주도 사람에게 돌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한시도
   『제주 거욱대』    눈길에서 놓을 수 없는 뜻 깊은 상징이다. 태어나길 돌 구들
    강정효  지음        위에서 태어나고 죽어서는 산담에 둘러싸인 작지왓(자갈밭)의 묘 속에 묻힌다. 사는 집의 벽체가 돌이며, 울타리와 올래, 그리고 수시로 밟고 다니는 잇돌(디딤돌)이 모두 돌이다. 산길은 물론 밭길, 심지어 어장길도 모두 돌길이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짚신 아닌 질긴 칡신을 만들어 신기도 하였다.

참으로 오랫만에 기다리던 ‘제주 거욱대’가 조촐한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거욱대야말로 돌담, 돌하르방, 동자석과 더불어 제주 돌 상징의 으뜸 격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본격적인 저술이 없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에 발간된 제주 거욱대는 제주 돌문화의 공백을 채워주는 본격 작업이다.

방사탑의 주 기능은 마을공동체의 안녕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간략 명료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방사탑의 조성 목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허한 곳, 즉 액을 막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 명칭의 다양성 만큼이나 조성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마을안녕을 위해 사각을 막거나 허한 곳을 보완하는 것을 비롯해 화재 예방, 우마번성, 해상사고 예방, 홍수 방지,자식의 성공 기원 등이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개괄적 작업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한권으로 묶여서 본격 체제를 갖춘 책으로는 처음이다. 사진작가 강정효는 그동안 많은 저술작업을 통해 독자들과 친숙하게 만나왔다. 게다가 이번 작업은 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숨은 보석 찾듯이 뒤져냈다. 가히 발로 쓴 책이다.

방사탑은 큰 변화에 직면해왔다. 많은 방사탑이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행처럼 새로운 방사탑을 세운다. 한쪽에서는 훼손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복원을 한다며 새롭게 건설하는 이율배반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필자의 지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광문화 진흥을 부르짖으면서도,막상 관광객들은 심심풀이로 제주도를 보고만 간다. 제주도를 제대로 알리는 책은 한 두 권의 기행 안내서로는 불가하다. 한두권의 기행 안내서를 가지고 제주도를 모두 이해시켰다고 논하기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적 중량감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거욱대 같은 책들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객설이 길었다.

작가가 근년에 지었다는 애월읍의 광령리 사진공방을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왜 허고 많은 땅 중에서 이곳을 선택 하였느냐고 묻자, 그는 답하였다.‘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한라산이 보이는 곳을 찾았지요’. 육지인인 나로써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허를 찌른 답이었다. 그는 그런 정신으로 제주도 자연마을 사람들이 생각해오던 풍수관,즉 자연에 관한 경관적 이해와 이의 방사탑으로의 상징화를 축적시켜내서 제주민의 문화적 원형질을 드러냈다. 많은 학인들의 심도깊은 연구가 더 이루어져서 방사탑 연구 분야에도 어떤 ‘학문적 결정본’까지 나오게 되길 기대해본다. 

                                                        주강현 탐라문화연구소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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