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식당 메뉴판에는 ‘국내산’, ‘제주산’, ‘호주산’이라는 재료의 출처가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말은 최근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먹을 거리에 대해 그 출처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0년대부터 폭증한 굵직한 식음료업계 사고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고자한 점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광범위한 인간관계의 불신을 가져왔다. 

 『로컬푸드(EatHere)』
브라이언 핼웨일, 김종덕 외(역)

사람들은 이런 광범위한 불신의 확대를 단지 음식재료의 출처를 명확히 따져 묻는 것으로만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대문명을 위기로 몰고 간 자본주의의 폐해, 근대문명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문명의 위기가 더 이상 핵무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인간 불신에 달려 있다는 맥락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브라이언 핼웨일(Brian Halweil)의 『로컬푸드(Eat Here)』(시울, 2006)는 바로 먹을 거리를 통해 이런 인류의 불신과 근대문명의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현 세계화의 확대 속에서 세계 식량체계의 문제점과 대량농업의 위험성, 환경문제 등을 지적하고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을 위해서 시행해야 할 ‘로컬 푸드’ 실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저변이 깔려 있다.

저자는 <월드위치연구소>에서 먹거리 생산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생태적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전역에 지역사회지원형농업(CSA)을 비롯해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농민들을 돕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들 또한 한국사회의 농업위기와 지역식량체계 등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로 한국의 ‘로컬 푸드’ 실천을 위해 일하고 있다.

책은 총 9장과 부록으로 이뤄져 있다. 1장에서 4장까지는 먹을 거리의 세계화와 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5장에서 9장까지는 ‘로컬 푸드’의 전망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부록은 역자들이 달아놓은 것으로 현재 실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로컬 푸드’ 운동 사례 등이 언급되어 있으며, 로컬 푸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들을 적어놓고 있다.

사실 ‘로컬 푸드’는 단지 지역 먹을 거리나 제철 먹을 거리 이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로컬 푸드’는 근대 문명의 반성을 담은 담론으로써, 먹을 거리를 시작으로 인류의 삶을 올곧게 회복하자는 세계적, 총체적, 포괄적, 실천적 언어이다. 이런 ‘로컬 푸드’ 운동은 현재, 일본,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제주를 비롯해 강원, 천안, 전남 등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음식은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근대 인류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새로운 사회모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변혁은 ‘식탁혁명’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브라이언 핼웨일의 책은 한 번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현혜경(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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