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것은 천동설이 주류를 이루던 당대에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행했던 사유의 토대 전환을 말하는 것입니다. 뉴튼도, 아인슈타인도 분명히 당대의 사유의 토대에 대한 대전환을 의미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과학자들의 업적은 이전 과학자들의 유산을 극대화시킨 생산물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사유의 틀과 그 확장 속에서 나온 획기적 이론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정치제도가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없을 때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과학혁명의 구조   자연과학에서도 혁명은 일어난다고 지적한 이가 바로 토마스
     토마스 S. 쿤      S. 쿤(Thomas S. Kuhn)입니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가 ‘패러다임’이라는 말이고 덧붙여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그가 사용했던 이론 혹은 개념이 단순히 과학적 지식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동시대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의 틀로 확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과학의 역사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의 맥락까지도 동시에 해석할 수 있는 책이기에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과학혁명의 구조는 한마디로 과학발달의 역사를 분석한 책입니다. 과학의 발달에 ‘패러다임이론’을 적용시켜 과학혁명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패러다임(Paradigm)은 그리스어로 ‘예제 혹은 예시’라는 뜻으로 쿤은 과학발전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과학연구의 방법론이 미리 정해져 있는 ‘예시’를 따르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개념을 적용시킵니다. 즉 과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서 ‘올바른 결론’ 즉 정답이 있다고 믿으며,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인 ‘올바른 연구과정’ 또한 현재의 과학에 미리 정해져있다고 봅니다. 그런 과학 적 연구의방법론을 묶어서 쿤은 ‘패러다임’이라고 하였고 이러한 ‘패러다임’에 따라서 과학자들은 연구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쿤의 이론에 따르면 ‘패러다임’이 계속 과학을 지배하다가 절정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되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대체하게 된다고 합니다. 쿤은 과학의 발달 혹은 혁명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상과학→이상 현상→위기→혁명→새로운 정상과학이라고 봅니다.

과학 연구에서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역량이나 창의성보다는 ‘패러다임’이라고 하는 전체적인 틀과 공통점을 주목한 게 쿤의 업적이고, 그러한 패러다임이 과학을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완전하다고 믿었던 과학적 지식에 대해서도 그 사유의 폭을 확장시켜 줍니다. 인간이 불원전한 존재이듯 인간이 만들어가는 학문의 역사 또한 불완전한 것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야흐로 이봄,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계절에 자신의 사유를 점검하기에 과학혁명의 구조는 좋은 벗이 될 것입니다.) 
                                                                              장혜련 사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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