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무살. 이성보다는 감성이, 논리보다는 시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 시절. 그래서 누군가는 스무살은 그냥 스무살이 아니라 아아, 스무살이라 했던가? 스무살에 대한 기억이 아련한 추억이면서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아름다운 시절을 숱한 오류와 편견 속에서 방황(?)했다는 자책감 때문이 아닐지. 그때 그 순간. 내가 옳다고 확신했던 것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순간순간 내가 내렸던 판단들이 사실은 착각이고 오류였다 
 탁선산 지음, 책세상  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었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회한과 자책들은 지금도 가슴 한 편에 남아있다.

반성도 지나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 법! 그러다 문득 내가 받아온 교육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기 시작했다. 내 개인의 방황은 내 문제라기보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체계의 산물이라는 쪽으로 개인적 책임을 회피할 무렵. 그럼에도 역시 따지고 보면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간이 적어도 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환경을 탓하고, 개인의 선택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스스로를 동물이라고 자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캠퍼스라는 공간, 선생이라는 신분은 아까운 재주를 가지고도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아름다운 시절을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접하게 한다.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대화술은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가속화되어가는 글로벌 시대에 진정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주제의 글인데도 유기적으로 잘 짜여 진 글이 있는가하면 단순한 진술에 지나지 않은 글도 있다. 논리적인 글은 좋은 논증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을 말한다. 즉 전제와 결론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긴밀한 관계란 결론의 참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전제와 결론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함을 말한다.

지은이 탁석산은 유기적인 관계를 전제와 결론이 관계가 있고, 전제가 결론의 충분한 근거가 되며, 제시된 전제가 참일 뿐만 아니라 결론을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을 미리 잠재울 수 있는 명제가 전제에 포함되어 있는 관계로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결론과 관계없는 전제가 등장해서는 안되며, 결론을 정당화하는 데 꼭 필요한 근거가 빠져서는 안 되고, 전제들은 거짓이 아니거나 적어도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예상되는 반박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것을 미리 생각해서 이것을 논증의 전제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

오류란 좋은 논증을 방해하는 것이다. 오류는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복합적이고 진지하며 체계적인 논증이다.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의 개념이다. 따라서 오류를 알면 상대 주장의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 글쓴이는 오류들이 지니는 논증의 구조를 파악하면 논리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동어반복의 오류, 복합 질문의 오류, 결합의 오류, 피장파장의 오류, 흑백 사고의 오류, 원천봉쇄의 오류, 발생학적 오류, 강조의 오류, 의도 확대의 오류 등등은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쓰이는 오류들이다. 나쁜 사람 아니면 좋은 사람, 우리 편 아니면 적, 너도 부패 했으니 니 말은 믿을 게 못된다. 부모가 변변찮아서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된다 등등의 사고는 대학 초년기에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오류들이다. 숱한 오류에 싸여 자신의 참 가치를 못 찾는 학생들에게 탁석산의 이 책을 권하며 한 마디를 꼭 들려주고 싶다. “오류로부터 배워라, 그것이 그대들을 완성하리라!”
                                                                              고은진 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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