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안 어족자원 보존 연구에 중요한 자료 오키나와와 제주도 해양생물의 비교 연구… 인간 질환 예방에도 유용김세재 생물학과 교수시간을 알려주는 생물시계는 모든 생물체의 유전자속에 새겨져 있다. 세포는 모든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로서 시간을 알려주는 능력도 가지고 있으므로 실로 경이적인 진화의 산물이다. 지구는 24시간 마다 한 번씩 자전하고, 천랑성은 365.25일 마다 태양과 함께 떠오르고, 달은 29.5일 마다 차고 이울며, 하루에 두 번씩 조석작용(썰물과 밀물)이 있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체는 이러한 기본적인 리듬 속에서 탄생하여 진화해 왔기 때문에 내부적 생물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하게 될 때 시차를 느낌으로써 생물시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생물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물학자들은 초파리, 생쥐, 어류 등과 같은 모델생물을 대상으로 어떻게 생물시계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고 있다.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섬은 공통적으로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도 근해는 난대와 온대 한계선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국내산 해조류 종의 70%, 어종의 60% 이상이 분포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해양생태계가 점진적으로 변하면서 토착성 해양생물자원이 점차 사라지고 아열대성 생물들이 유입되고 있다. 한편, 열대의 북방한계라고 알려진 오키나와 연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산호류와 산호초에 서식하는 무수한 산호초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4년에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류큐대학교 산하에 열대생물권연구소를 설치하여 연안의 열대·아열대성 생물종 다양성에 관한 국제협력 연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구상의 다양한 해양생태계에서 서식하는 어류들이 나타내는 독특한 산란주기는 종 번식의 성공률을 최대화하도록 서식지의 환경적 요인에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지난 2000년부터 류큐대학교 열대생물권연구소와 공동으로 제주도와 오키나와 연안에 서식하는 놀래기류를 대상으로 자성선숙어의 성전환과 산란주기 동조성에 미치는 환경요인(달빛과 조석)에 대한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어류에서 해양의 환경요인 중 수온과 광주기는 어류 체내의 생리, 생화학적인 변화들을 동반하며, 생식활동의 개시 및 종결 등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일주기(24시간) 리듬체계는 빛의 인식 및 수용, 광신호의 신경 및 호르몬 신호로의 전환에 관련된 다양한 구성성분을 가지고 있다. 주요 핵심은 망막에 존재하는 광센서를 통해 인식된 광에 의해 24시간 밤과 낮 주기에 동조되는 자율적인 활성을 갖는 시계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계는 리듬성의 출력 신호의 생산을 조정하는데, 멜라토닌은 척추동물의 주요한 출력신호의 하나로 리듬성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포유동물은 망막을 통해서만 광 신호 인식을 하는 반면에, 어류인 경우 망막이외에 송과체 및 뇌 심부 또한 광신호를 인식한다. 정확한 광 인식 및 광 정보 전달에 대한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어류들마다 다른 광 인식 기관 및 광 정보의 전달 경로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리듬의 조절에 있어서 수온과 광주기 신호의 중요성은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폭넓게 인식되고는 있지만, 감각기관은 이러한 환경정보들을 어떻게 감지하고, 어떠한 경로를 통해 내부적인 신호로서 전환·전달되어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어류에 있어서는 수온, 광주기와 같은 외부의 환경 신호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체내 신경전달물질의 주기적 생성으로 전달되어지고,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계의 활성 경로를 통해 생식선의 발달 개시와 종료를 조절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공동연구팀은 오키나와 연안의 산호초 어류 및 제주 연안의 어류 중에 월주기성(lunar cycle) 혹은 조석주기에 따라 산란 동조성을 보이는 어류들을 동정하였으며, 이들의 생물시계의 작용기전을 밝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주기에서의 관찰되는 멜라토닌의 농도변화와 비슷하게 월주기성 산란동조를 보이는 어류에서도 멜라토닌 농도는 초승달에는 증가되고 보름달에는 감소되기 때문에, 어류의 송과선과 망막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은 햇빛(daylight)과 달빛(moonlight)에 의해서도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현재에는 달빛 혹은 조석의 차이에 의해 유도 혹은 억제되는 유전자들을 분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정 유전자들이 분리된다면 그들의 발현이 달 주기와 혹은 조수와의 연관성이 있는 지를 밝힘으로써 월주기성 및 조석주기성 산란주기를 조절하는 분자시계의 구성요소와 그들의 작용기전을 구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 연구를 위한 제주도와 오키나와에서 선발한 대상 어종은 월주기 및 조석주기에 따른 산란주기 동조성을 나타내는 놀래기류와 자리돔류이다(그림 참조). 두 지역에서 서식하는 어류들을 대상으로 수온 및 광주기 등의 환경 요인에 따른 산란 및 생식 주기의 동조에 관한 연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는 제주 연안의 어족자원의 보존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사람에서 생물시계는 밤과 낮을 통해 거의 모든 인체의 생리현상에 변화를 야기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생체리듬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서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멜라토닌은 인슐린 분비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보는 당뇨병이나 대사성 증후군과 같은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류에 대한 생물시계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이해는 사람에서의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도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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