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말이 유행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관광 스토리텔링, 에듀테인먼트 스토리텔링, 테마파크 스토리텔링 등 여러 분야에서 회자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제주마(馬) 스토리텔링, 제주물 스토리텔링, 제주신화 스토리텔링 등을 공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양진건 교육학과 교수

스토리텔링을 말하기 앞서 스토리(story) 즉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우리 삶의 도구다. 이야기를 향한 우리들의 욕구는 삶의 어떤 모범을 포착하기 위한 인간의 근원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솔직하고도 힘 있는 이야기 없이 문화는 진화해 나갈 수 없다.

스토리텔링이란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을 말한다. 즉,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으로서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웹 에듀테인먼트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가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학습내용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활동을 에듀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문화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우리는 ‘이야기 경제’라고 한다.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경제로 진입한 인류의 현 단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이야기산업의 토대를 만드는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 롤프 얀센은 "디즈니는 구석기시대의 원시인부터 안데르센의 동화를 거쳐 인디언 소녀의 삶에 이르는 수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천 가지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2008년 디즈니의 매출은 총 353억 달러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315억 달러)을 추월했다. 영업 수익률은 무려 16%로 디즈니의 수익성은 인텔(18%)과 맞먹고 도요타(7%)를 압도하며 앞으로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 경제의 힘은 막강하다.

들라라메가 쓴 소설 '플랜더스의 개'는 일본의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매년 이 이야기의 배경무대인 앤트워프에 무려 6만 명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 숫자는 앤트워프 외래 관광객 중 단일 국가로는 최대의 수치다. 이 애니메이션이 창출해낸 경제적 가치는 최소 4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은 니폰애니메이션이 갖고 있으며, 관광 수입은 벨기에가 챙기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이야기 경제가 창출하는 부(富)의 윈도우 이펙트, 스토리텔링의 연쇄적인 경제효과다.

이러한 까닭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치단체별로 지역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이 한창이다. 인천시는 ‘2009년 인천방문의 해’를 맞아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라는 제목의 관광스토리텔링 책자를 발간했다. 이에 뒤질세라 전라남도 역시 지역의 다양한 역사적 삶의 현장이나 섬, 인물, 전설, 설화 등에 얽힌 이야기를 재구성한 스토리텔링 책자를 발간했다. 그런가하면 부산시는 ‘영화관광 가이드북’을 만들어 영화와 영화제 도시의 스토리텔링을 관광과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킬러 콘텐츠 창작물 발굴을 위해 스토리텔링 사업에 마찬가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경제의 대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날이 영향력이 커져가는 매체들이 우리에게 국경과 언어의 장벽들을 넘어 수억의 사람들에게로 이야기를 내보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보아 이야기의 질은 낮아지는 추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자치단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스토리텔링들을 보면 실망에 차서 넌너리가 날 지경이다. 이야기를 건네려는 열정도 없고 그 이야기들을 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은 형편없이 모자랄 뿐이다.

그러기에 전문 교육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건네려는 열정을 길러주고, 그 이야기들을 힘있고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을 가르쳐 전문 스토리텔러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 대학에서도 2009년 3월 사회교육대학원에 스토리텔링학과를 신설하였고 이미 이화여대는 대학원 과정으로 디지털스토리텔링전공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원대에는 전국 최초로 학부과정에 스토리텔링학과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여러 대학의 문화콘텐츠 관련학과에서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09년 융합문화사업’에서 “세계자연유산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수행과제를 따내었고, 제주영상위원회가 개최한 ‘제3회 제주로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는가하면 세계진출을 준비하는 해녀캐릭터 ‘몽니’의 스토리텔링도 사업체와 공동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등 신설 학과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노력과 함께 제주스토리텔링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몇가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첫 번째는 제주도를 스토리 아일랜드로 구축하는 것이다. 단순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스토리가 있는 섬으로 제주의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문화원형을 활용한 다양한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산업화 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전국의 유망한 스토리텔러들이 제주문화원형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편안하게 창작할 수 있는 작업실로써 ‘스토리텔링 기획창작 제주스튜디오’를 운영하거나, 문화유적이 집적된 지역을 찾아 스토리빌리지로 정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번째는 제주스토리텔링 인력양성 체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학교, 평생교육원,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 전문인력을 배출하여 전문적인 스토리텔러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광지와 연계된 문화해설사 프로그램에 스토리텔링 강좌를 넣어 문화해설을 스토리텔링화하는 작업도 인력양성의 한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스토리텔링을 통한 제주유배문화해설사 양성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크다.

세번째로는 제주스토리텔링을 디지털화하고 글로벌화할 수 있는 산업연계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제주문화원형을 활용한 스토리가 게임, 영상, 음악, 무대 등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IT, 문화, 예술 등 관련 사업체들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제주의 이야기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주대학교와 제주특별자치도 관련기관과의 깊은 연대와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루어져 1만 8천의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의 섬 제주도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구자로서의 제주도의 가능성이 확대됨으로써 제주도의 힘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그날을 기원해 본다.

 

 
사회교육대학원 스토리텔링학과는 제주문화원형을 활용한 다양한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산업화 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림은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해녀캐릭터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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