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본관 2층 회의실에서 고봉수 총추위원장이 ‘재선거 실시 여부 찬반투표’ 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투표 결과는 재선거 찬성이 81.8%를 기록해 다음달 22일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지난 14일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실시한 ‘재선거 실시 여부 교직원 찬반투표(이하 찬반투표)’에서 재선거 찬성 의견이 81.8%라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총장 임용 거부 이후 약 3개월여만에 총장 재선거가 진행된다.

이번 찬반투표의 결과는 두 가지 의미로 요약할 수 있다. 총장 임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교과부를 통해 제기된 ‘관선총장 임용’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관선총장 임용 후 대학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내재해 있다.


  ▲ 관선총장 임용 폐해 우려

교과부는 지난달 28일 제주대에 공문을 보내 재선거 일정을 이달 17일까지 확정하지 않으면 관선 총장을 내려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학내 및 지역사회에서 관선총장 임용에 대한 불안이 제기됐다.

대학구성원들은 관선총장이 임용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가 제주대에서 현실화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대학 정책으로 국립대에 국가 재정 지원을 줄이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 재정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법인화가 추진되면 수익창출을 위한 급격한 구조조정 및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학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칫 학내 의견이 무시된 채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공직협) 강경호 회장은 “통합된 교육대학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관선 총장이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이 법인화될 경우 대학의 주요사안을 모두 결정할 수 있는 이사회가 꾸려진다”며 “이사회의 구성원 중 정부가 지정한 사람이 들어갈 경우 대학 정책은 정부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선총장이 총장 고유의 임무를 충실히 할지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높다. 법정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관선총장이 과연 학교에 애정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직 초기단계인 사업들은 총장이 하루 종일 발로 뛰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즉, 구성원의 손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대학정상화 및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시사한 것이다.

 
  ▲대학 이미지 타격

관선총장 임용 뒤에 이어질 대내외적 대학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도 재선거 찬성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관선총장이 임용됐다는 것은 곧 대학 내부의 민주적 역량이 부족함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총장 임용과정에서 나타난 첨예한 학내갈등은 이미 대학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찬반투표 결과는 대학구성원 스스로가 제주대 이미지 실추의 위험성을 예상하고, 재선거를 통해 이미지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법정대학의 또 다른 교수는 “대학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외부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 능력 부족을 외부에 표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신입생 유치에도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선거 찬성률이 높게 나온 이유에 대해 정치적으로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재선거를 원하는 후보 진영에서 찬반투표에 다수 참여했다는 것이다. 인문대학의 한 교수는 “이번 찬반투표 결과는 예상된 결과”라며 “관선총장 임용을 우려하는 직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함께, 재선거를 원하는 후보자 교수들의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교수는 “찬반투표 전에 재선거를 원하는 후보 진영에서 어떠한 설득도 받은 적이 없다”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 앞으로의 전망

찬반투표가 끝났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학내에서는 찬반투표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학내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고경표 교수회장은 “공산주의 국가도 선거만큼은 제대로 된 규정을 따른다”며 “찬반투표 과정이 과연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인문대학의 한 교수 역시 “우리대학 선거는 우리 대학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번 찬반투표는 어떠한 학내 규정도 없이 진행된 탈법”이라며 “찬반투표를 치르기 전에 관리 규정을 개정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고봉수 총추위 위원장은 “구성원이 뽑은 총장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대학 자율권이 침해됐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선의 방법으로써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됐다”며 “10월까지 강지용 교수의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싶지만 관선총장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따라 재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속되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 불일치 상황은 자칫 ‘교수들간 정치싸움’으로 비춰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진정 무엇이 제주대를 위한 길일지 구성원들의 합의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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