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한글은 우리만의 고유한 언어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처음 배우는 언어이며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한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할수록 늘어나는 인터넷용어들과 무리한 줄임말, 순식간에 퍼져버리는 유행어와 신조어들은 젊은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켜 세대간의 의사소통을 분절하고 있다. 또한 사회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강요하고 있어 점차 한글의 의미가 축소되고 이는 한국인이 느끼는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학내 한글수준 실태

이런 상황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2008년도 국립국어원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국민의 기초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조사결과 ‘특성별 몰라서 곤란을 느끼는 말’ 부분에서 전문용어는 젊을수록 이해곤란도가 높게 나타났다.(20대 79.2% 70대 69.2%) 반면 외래어·외국어, 유행어나 신조어는 나이가 들수록 이해곤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 20대와 70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20대 29.9% 70대 79.3%) 이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용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전문용어에 대한 학습도는 떨어지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런 현상의 반복이 교수들과 학생들의 대화가 갈수록 단절되고 있는 현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인 것이다. 학생들이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들은 게시판 내에 적어놓은 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학교홈페이지 게시판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글들을 찾아본 결과 ‘님아’ ‘~해여’ 등의 인터넷 용어들과 ‘까칠남자’ ‘일욜’ ‘급구’ 등 줄임말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맞춤법 표기도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글쓰기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김지연(국어국문)강사는 “학생들이 문장자체 구조의 이해수준이 낮고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학생이 내놓은 시험답안에 ‘끊다’를 못 적어 시험지에 여러 번 연습한 흔적들이 있었는데 결국 틀린 답을 적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더욱 심한데 나 또한 요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며 “글을 주고받으면서 어미를 잘못 바꿔 쓰거나 신조어 등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교수들에게 학생들의 한글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본 결과 대다수교수들이 학생들의 한글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경우가 맞춤법 표기와 문장구조 이해능력이었다.

학생들의 한글수준이 저하된 원인

그렇다면 학생들의 한글 수준이 저하된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국어문화원 강영봉(국어국문 교수)원장은 “말을 하거나 문장을 작성하는 데 있어 간편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원장은 “문자메시지가 활성화 돼있는 시대에 문자 안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다하기란 어렵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말을 줄여 쓰게 돼 사용하는 말들이 원칙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바른 국어생활을 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래어와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장은 “고유언어인 한글이 기본으로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영어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영어로 말한다면 영어로 생각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한국인들이 점점 한글을 등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 한글을 위한 노력 및 개선사항

대학 내에서는 학생들의 한글수준을 향상시키고자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국어기본법에 따라 3년 전에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인가를 받고 설치된 ‘국어문화원’은 학생들과 도민들이 바른언어생활을 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곳에서는 국어와 관련한 상담과 올바른 말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실태조사 그리고 제주어 보존과 전승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학의 지원 하에 1학기에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와 2학기에는 ‘외국인 한국어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고 제주어를 녹음해 풀어서 책으로 만드는 구술사자료집 작업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어문화원자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주국어문화학교’다.

제주국어문화학교는 1년마다 한번씩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가장 틀리기 쉽고 지켜지지 않는 한글맞춤법을 중점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올바른 언어생활을 영위하게끔 도와준다. 이외에도 국어국문학과에서는 축제기간 중 국문골든벨 코너를 마련해 학생들이 틀리기 쉬운 맞춤법표기나 국어사문제 등 국어와 관련된 문제들을 출제해 쉽게 한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이어 대학 내 한글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국어문화원 강 원장은 “대학 내 에서는 영어를 강제적으로 시킬 것이 아니라 국어를 좀 더 강제적으로 시킬 필요가 있다”며 글쓰기 말하기 교육강화와 국어시수를 늘려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독서량을 많이 가지면 자연스레 표현법을 알게 되므로 가을에 학생들이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한글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여 한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문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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