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생회 선거과정을 보며 학생회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점이 생겼다. 학생회 출마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던져지는 이러한 물음은 생각보다 간단치는 않다.

1980년대 대학 학생회는 사회변혁의 선두였다. 당시대의 학생회는 사회문제를 풀어가야 할 지식인들 자체가 바로 대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군부정권에 맞서 투쟁하기도 했으며, 소외된 계층인 노동자를 위한 노력, 지역사회의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학생회 자체가 부조리한 사회의 내적 모순들을 일목요연하게 지적하고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맡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학생회는 어느 지점을 밟아 가고 있을까. 지난 시절보다 상당부분 보수화 됐다는 의견들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 됐다.

단적인 예로 지난 3일 중앙운영위원회가 주최한 1차 총학생회 정책토론회가 있던 날, 보수화된 시각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본지 기자가 토론회의 패널로 요청을 받아 참석한 자리에서 지역사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문제에 어떠한 자세로 참여할 지를 물은 질문 덕분에, 대의원의장이 대학신문사를 직접 찾아와 주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묻어난 질문이 아니었느냐는 추궁과 함께, 그로인해 패널자격도 정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학생회의 공약들에서도 점점 심화되는 보수성향도 나타난다. 절반이 넘는 학생회 복지공약들은 학생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본질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되려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동안, 지역사회의 문제에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대학교 학생회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들도 많다.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복지공약들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그 정도가 너무 표심을 향해 대중화, 상업화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치열한 선거운동이 끝난 어제, 2010년도를 이끌어갈 어디 총학생회가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학생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의, 그리고 신념들을 출발점에 선 지금부터 진지하게 생각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중건 편집장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