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리커쳐=이승남 특별기자

"‘꿈’을 크게 꿨으면 좋겠어요”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이남호 교수는 학생들에게 ‘꿈꾸기’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에게 ‘꿈’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다. 그에게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실상 ‘꿈꾸기’를 지속한 여정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화학’을 공부하는 학자로 ‘꿈’을 꾸기 시작한 20여년전.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처음 가진 ‘꿈’은 ‘유학’이었다. 유학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80년대 미국 아이호와 주립대학에서 시작한 유학생으로서 삶은 언뜻 가시밭길 같은 고된 과정으로 떠올려지지만 정작 본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꼽는다.

이 교수는 “대학이 위치한 지역은 한국의 강원도 같이 조용하고 한적했다. 방해받지 않고 원없이 공부하며 지냈다”며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5년간의 유학시절 끝에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94년 제주대 화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주와 호흡하게 된다. 제주는 그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 무대였다. 제주에서 그는 삶에 있어서 결정적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유학시절까지 매진했던 전공 ‘유기화학’을 ‘천연물화학’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변화의 동력은 다름아닌 제주의 청정자연. 산과 바다에 소위 널려있는 다양한 천연식물은 ‘천연물 화학’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이 교수에게 제공했다. 화학의 세부전공 중 하나인 ‘천연물화학’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천연식물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성분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교수는 “94년 이후 7~8년 동안 천연물화학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며 “전공을 변경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제주지역은 천연물화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다. 충분히 학문의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하와이 대학은 화학분야가 미국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해양천연물 화학분야만 놓고 보면 수준급”이라며 “제주대도 지역환경과 잘 조응할 수 있는 학문을 발전시키면 충분히 상위급 수준의 대학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전공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부연설명했다.

이 교수의 천연물화학에 대한 노력의 결실은 제주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바이오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하이테크산업진흥원과 함께 제주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및 의약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잠재력으로만 그쳤던 제주의 바이오 및 뷰티산업 발전을 현실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제주는 육상에서 5400여종이 넘는 동·식물자원이 있고 해상에도 1100여종의 해상자원을 갖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보고”라며 “제주도 자체가 청정산업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다. 이런 강력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바이오산업을 제주의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제주삼다수까지 영역을 넓혀 효능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명확히 연구를 해야 하지만 제주삼다수가 아토피예방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 바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해조류 ‘감태’는 이 교수가 최근 효능연구를 주력하고 있는 소재. 이 교수는 “감태의 주요성분인 해조탄닌과 시놀(SEANOL)은 식용 해조류에서 추출한 순수 천연식품 원료로 다양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해조류를 활용한 신산업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의 전공이 제주의 2차산업을 육성하는데 일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직 타 지역과 비교해 산업적 비중이 미미한 제주의 2차산업의 활로를 ‘바이오산업’이 뚫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이 교수가 자신의 전공을 토대로 꾸준히 제주의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현재 5% 미만에 머물고 있는 제주의 2차산업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2차산업 비중이 높아지면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지역인력의 고용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으로 이 교수가 걱정하는 상황은 갈수록 순수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취업에 주력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순수학문인 화학이 갈수록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생각처럼 화학에 대한 미래가 어둡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 교수는 “순수학문이 바탕이 돼야 응용학문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며 “화학이 지역사회 산업발전에 기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생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학생들이 꿈을 잃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꿈이 크고 명확해야 한다”며 “갈수록 꿈을 꾸고 도전하기가 어려워지는 시대지만 이럴 수록 꿈은 더욱 크게 꿔야 한다. 나 또한 그랬다”며 학생들에게 건투를 빌었다. 또한 이 교수는 “교수는 연구와 더불어 본연 역할인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며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교수와 학생들의 친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교육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윤 특별기자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